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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 했던가'. 오늘날 인류가 누리는 모든 이기는 처음에는 없던 것이 누군가 필요성을 느끼면서 고안하고 행동으로 옮긴 이가 있었기에 비로소 세상에 등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 대부분 다 만들어져 더 이상 발견하고 발명할 대상이 없는 것 같지만, 여전히 새로운 것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걸 보면 인류가 존재하는 한 그에 대한 개선과 발전은 끝이 없을 것 같다. 우연한 기회에 OO마켓이란 중고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난립하던 기존 시장 판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곳이었다. 나의 관심사는 카메라. 상시 휴대할 수 있는 보조 카메라를 비롯하여 삼각대와 가방 등이 필요하던 차 OO마켓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몇 가지를 구입할 수 있었다. 하나는 중고 상..

디지털 문화가 지배하는 세상이지만, 아직도 난 아날로그 정서가 더 좋다. 건조한 문자를 여러 번 주고받는 것보다 한 번일지언정 직접 통화를 함으로써 목소리를 서로 교환 할때가 훨씬 더 좋다. 말로만 백번 고맙다고 하기보다 무엇인가 주고받는 가운데 느껴지는 사람 냄새가 더 좋다. 선배가 또 무언가를 보내왔다. 열어보니 빛깔 좋은 포도주가 다섯 병이나 들어 있었다. 이 선배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를 챙겨 주신다. 누구든 한두 번은 성의를 보일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그것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데 이 선배만은 예외이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눈 풍년이다. 한 주 전에 내린 눈이 계속되는 한파로 채 녹지 않은 가운데 퇴근 무렵 또 다시 많은 눈이 내렸다. 집으로 향하는 길이 고난의 여정이 되었지만, 덕분에 환상의 퇴근길이 만들어졌다. 눈은 막 내릴 때의 풍경과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고 난 뒤 마주하는 그것은 그 질감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물론 후자의 것이 압권이지만 때맞춰 그것을 마주하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감사하게도 이번에 마주한 설경은 내가 바라는 모든 조건 -타이밍, 적설량, 분위기-을 한꺼번에 충족시켜 주었다. 내 생에서 만난 손꼽힐 만한 겨울 풍경이었다.

종이로 소식을 전하는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지만, 그 자리를 디지털 기기가 대신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 기기는 목소리 통화를 제외하고는 글을 통해 소통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중요한 날이면 말보다는 글로써 나의 마음을 전하곤 한다. 안타깝게도 적지 않은 이들이 글쓰기에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경사에 와 준 손님들에게, 조사에 와 준 손님들에게 인사라고 보내는 글들을 보면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경우가 있다. 본인의 글이 아닌 남이 쓴 글을 베끼다 보니 그럴 수밖에. 오래 전에나 사용하던 전근대적인 문구까지 그대로 들어 있다. 그런 글을 받으면 고맙기는커녕 참으로 무성의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글과 내가 보냈던 글을 본인의 생각인 양 ..

바야흐로 올해가 며칠 남지 않았다. 전례 없이 힘들고 어려웠던 한 해. 여전히 그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네 일상. 코로나 때문에 인적 교류가 마비되다시피 한 요즘. 그래도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야 숨통이 좀 트이지 않을까. 가까운 친구와 거의 대면을 못 한 채 해를 넘겨야 할 것 같은 미안함에 어렵게 마주한 점심 시간. 아무리 훌륭한 글로 포장을 하고 인사를 한들 직접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교환하는 것에는 감히 비할 수가 없다. 새해에는 부디 여태껏 그 고마움을 잊고 살았던 평범한 우리네 일상이 회복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