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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한 끼라도 끼니를 거르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다. 배가 고프면 괜히 짜증이 나던 때도 있었다. 아침밥을 먹지 않고 출근하는 후배들에게 '끼니 거르면 속 다 버린다'며 '밥 잘 챙겨 먹고 다녀라'는 충고 아닌 충고를 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던 내가 변하고 있다. 아침밥을 먹지 않고 출근한 지 벌써 몇 년째. 어느 날 저녁인가 과식을 하고 난 후 다음날 아침이 되어도 허기를 느끼지 못했다. 이전까지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밥을 먹었다. 불현듯, 하루에 세 끼를 먹는 것이 법으로 정해진 규정도 아닌데 시험 삼아 아침을 한 번 굶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하게 아무렇지도 않았다. 속이 쓰린 증상도 없었다. 그런 날이 하루 이틀 반복되면서 이제는 아예 아침밥을 먹지 않게 되었다. 대신, ..

다육 농장에 들렀다. 요즘 주부들이 다육 식물에 매혹된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아내 역시 '볼수록 사랑스럽다'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다육 식물이 전시된 한 곳에 보호망이 쳐진 채 '여기는 개인 소유의 다육 식물이니 만지지 마세요'란 팻말이 있있다. 집안에 마땅한 공간이 없는 애호가들이 농장 안 장소를 빌려 다육 식물을 기르는 곳이라고 했다. 기르는 재미가 아기 키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농장에서 목격한 새로운 세상.

내가 음식점을 찾는 기준에는 몇 가지가 있다. (1)맛이 있어야 함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2)가격에 맞는적절한 양이 충족되어야 한다. (3)청결해야 한다. (4)불안해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 (5)손님에게 적절한 응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중 어느 한 가지라도 미비하다면 그 가게는 내부 시스템에 관해 곰곰이 돌아볼 필요가 있다. 비용을 받고 영업을 하는 이상,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해 줄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주말을 맞아 아내와 들른 어느 고깃집. 차려진 음식을 다 먹은 뒤 추가로 주문을 하기 위해 벨을 눌렀다. 시간이 지나도 반응이 없었다. 얼마 있다가 또 한 번, 그러기를 몇 차례. 여전히 상황은 나아지지 없었다. 종업원이 테이블을..

나의 첫 애마는 H사에서 나온 엑셀이었다. 운전 면허를 취득하고도 4년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둘째가 태어나고 병원 문을 나서던 날 '의전차량'으로도 활용했던 터라 그와의 추억은 남다르다. 그때가 1991년도니까 어언 30년이 흘렀다. 이 정도면 길에서 엑셀을 구경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서나 예외 없는 규칙은 없는 모양이다. 아침 출근길에 그를 만난 것이다.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돼 눈을 씻고 다시 봤지만 분명 엑셀이었다. '1994'라는 출생연도가 선명히 찍혀 있었다. 10년만 타도 장수했다는 시대에 도대체 어떻게 관리를 하면 저리도 깨끗한 상태로, 저토록 오래도록 싱싱한 생명력을 자랑할 수 있을까.

사진을 취미로 삼은 지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다. 자신에게 맞는 취미를 하나 발굴하는 데도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을 사진을 통해 배웠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언지도 모르고 한평생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 진정 가치 있는 삶은 남의 강요가 아닌, 자신만의 자유 의지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때 비로소 가능하지 않을까. 대상만 있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대던 시절이 있었다. 돌아보면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헛된 시간만은 아니었다. 그런 과정들이 쌓이고 쌓여 오늘을 있게 한 밑거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진을 가까이 한 뒤 세상을 보는 눈이 한결 달라졌음을 느낀다. 본래 호기심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전에 비하면 말할 수 없이 강렬해졌다. 가장 큰 변화는 내가 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