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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친구가 책을 보내왔다. 본인이 감명 깊게 읽었다며 몇 번이고 얘기했던 책인데, 혼자서만 보고 말기엔 아까웠던 모양이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준다는 건 어떤 형태로든 상대방에게 그만큼 호감을 갖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단 한 명일지언정 긍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코로나 때문에 좋아하는 도서관 출입이 봉쇄된 요즘, 마땅히 읽을 거리가 없어 고민이었는데 친구 덕분에 한동안 행복한 절집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의 지하철 출근. 사람들이 덜 붐비는 시간을 택해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밖은 아직도 어둠이 드리워진 시각. 줄어들기는커녕 코로나 확진자는 갈수록 더 폭발하고 있다.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고, 설사 만나더라도 마땅히 앉아 대화를 나눌 곳이 없다. 초기만 해도 공포심으로 다가오던 것이 일상이 되고 보니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오히려 엷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인류 초유의 사태. 감히 상상조차 못했던 상황. 끝은 있는 것일까. 그날이 다가오기는 오는 것일까.

세종대왕께서 창제한 한글. 세계적인 자랑거리임에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세상. 여기 우리말을 꿋꿋이 지키는 파수꾼이 있다. 이름하여 한글공원.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사람이 덜한 시간을 틈타 운동을 나섰다. 내가 하는 운동이란 주로 산행 아니면 걷기이다. 나이에 따른 무리를 염려하지 않아도 되고, 오롯이 나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그것만 한 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요즘은 그마저도 코로나 때문에 쉽지가 않다. 어딜 가나 마스크를 써야 하니. 반환점을 돌 때쯤 무언가 조금씩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비인가 눈인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한두 방울인가 싶더니 점차 강도가 세지고 있었다. 얼마쯤 지나자 눈보라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양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반가웠다. 여름이면 비가 좀 와 주어야 여름임을 느낄 수 있듯, 겨울이면 눈이 좀 내려주어야 겨울임을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이 그치고 나면 기온이 급강하할 거라..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은 농촌이다.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연료와 난방을 대신하던 "깡촌'이었다. 한때 북적대던 고향집은 부모님 떠나신 뒤 빈집으로 남은 지 어언 10년이 다 되어 간다. 휴식 겸해 자주 내려가리라 생각했던 나의 다짐은 이루지 못할 바람으로 그치고 말았다. 맞아주는 이 없는 고향집은 더 이상 고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향이 고향일 수 있음은 나를 반겨주는 누군가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일임을 당신들 떠나신 후에야 알았다. 내 마음속 오랜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고향집에서의 추억 중 하나는 뒤꼍 가마솥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일이었다. 우리집 재산 목록 1호이던 순둥이(소)의 영양 공급을 위해 날마다 숙제처럼 해야 했던 일이지만 돌아보면 그때만큼 마음이 자유롭고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