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글쓰기 (961)
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졸업 후 긴 세월 한 가지 목표에만 매달리다 결국엔 뜻을 이루지 못하고 현실로 돌아온 어느 분의 글을 읽었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깨나 했다는 학생이었지만, 그보다 못한 친구들이 앞서 '번듯하게' 자리를 잡고 ... 그런 일은 숱하게 많다. 내 주변만 봐도 경제적으로 탄탄한 기반을 잡은 친구들은 학교 때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던 경우가 더 많고, '공부 좀 했다'는 친구들은 직장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부를 통해 명예를 얻은 이들은 그 자체로 자부심은 가질지 모르지만, 한평생 돈에 대한 갈증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성적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경제적인 풍요를 얻은 이들은 공부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걸 보면 저마다 갈 길은 따로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상만을 좇다..

아침 식사를 하지 않은 지 몇 년 째가 된다. 간단히 우유 한 잔 정도가 전부. 하루 세 끼를 먹지 않으면 허기가 져서 견디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무리 바빠도 밥부터 먹어야 정신적으로 안정이 될 만큼. 어느 날인가, 전날 저녁 과식을 하고 난 후 다음 날 아침이 되었는데도 배가 고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불현듯 스친 생각 - 누가 인간더러 하루에 세 끼를 먹어야 한다는 규정을 정한 것도 아닌데 왜 우리는 배가 고프지도 않으면서 때가 되면 습관적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걸까. 시험 삼아 아침을 걸러 보았다. 신기하게도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다. 자신이 생기자 하루, 이틀, 사흘 ... 날짜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 두 끼 식사는 이제는 나의 생활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세차 빈도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 나이에 따른 활동성의 저하 때문인가. 조금만 지저분해도 두고 보지 못 했던 이전과 달리, 어차피 또 더러워질 텐데, 하는 마음이 요즘 들어 새로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변화이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면 걸레 하나를 들고 내려가 차를 문지르고 온다. 나머지는 하늘 청소부가 기다리고 있다. 오랫동안 미루었던 세차를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무사히 마치고 나니 아침 출근길이 이토록 상쾌할 줄이야.

친구가 책을 보내왔다. 읽어보니 내용이 좋다며 나더러도 한 번 읽어보라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준다는 건 호감의 표현이다. 싫어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주거나 주고 싶은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뇌물이니 뭐니 하면서 폄훼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이해 관계나 거래 관계에서나 존재하는 이야기다. 신세 진 사람에게, 고마운 사람에게 말로만 고맙다고 하기보다는, 작은 선물이라도 하나 곁들인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꼭 비싸고 화려해야만 효과를 발휘할 것 같지만, 수많은 사람 중에 나란 존재를 잊지 않고 생각해 주는 그 마음씨에 상대방은 오히려 감동할 때가 더 많다.

낯선 세계에 뛰어드는 데는 두 가지 경우가 있는 듯하다. 처음부터 치밀한 계획과 준비를 거쳐 들어가는 경우, 아주 우연한 계기를 통해 몰랐던 세상과 마주하는 경우를 들 수 있겠다. 카메라와 벗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사진이 무언지도 몰랐던 사람이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로 삼게 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찍을 거리가 차고 넘쳤던 초기와는 달리 카메라에 담을 만한 대상은 시간이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찍은 사진에 대한 불만 역시 비례해서 커지고 있다. 세상에 헛된 경험과 헛된 시간은 없는 모양이다. 자신의 사진에 불만이 커지고 있음은 그만큼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일까? 돌아보면 지금껏 뿌린 무수한 발품과 시행착오는 모두 보이지 않는 스승이었다.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발효되고 숙성이 되면서 지금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