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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오랜만에 사무실 근처 국수집을 찾았다.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어쩌다 별미가 생각날 때면 들르곤 하는 곳이다. 점심 시간이면 언제나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이 곳도 코로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한 듯했다. 12시가 넘었는데도 곳곳에 빈자리가 많은 걸 보면. 누구에게 부탁을 잘 못 하는 편이다. 부득이하게 부탁할 일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보답을 해야 마음이 편하다. 말로만 전하는 '고맙다'는 인사는 상대방에게 진정성을 보여줄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거래 관계가 아닌 이상 누구든 대가를 바라고 도움을 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진 신세를 가벼이 여긴다면 그 또한 사람의 도리는 아닐 것이다. 이런 처신을 잘하고 못하고는 인간관계의 지속성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오랫동안 교류가 잘 이..

지인들과 술을 한잔 할 때면 1차가 끝나고 2차로 자리를 옮길 즈음 일행 중 한 명이 외친다. '내가 잘 아는 집이 있는데 거기로 가자'고 ... '내가 잘 아는 집'은 근처에 있지 않고 대부분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거리에 있었다. 가보면 별다른 게 없었다. 주인과 조금 안면이 있다는 점 외에는. 어디서나 가능한 비슷한 안주에 비슷한 술. 그럴 거면 차라리 근처 어디 적당한 곳에 들러 편하게 한잔 더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텐데 ... '내가 잘 아는 집'을 나올 때면 몸은 천근만근, 대중교통은 끊어지고 서지 않는 택시를 잡으려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길에서 허비해야 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내가 아는 집'을 부르짖는 남자들의 심리는?

식물 이름을 잘 알지 못하니 아름다운 꽃을 볼 때면 그저 '참, 예쁘다' 정도의 감탄사만 늘어놓는 경우가 많았다. 궁금하긴 하지만 누구에게 묻는 일도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얼마 전 스마트폰에 식물 검색 기능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시험 삼아 시도해 보니 무엇이든 척척 알려주었다. 세상에 ~ 이런 편리한 기능이 있었다니 ~ 어느 날 산책길에 핀 예쁜 꽃이 눈에 들어왔다. 눈에 익숙지 않은 것으로 보아 외래종인 듯했다. 이름하여 로벨리아. 북아메리카의 탁 트인 삼림지대가 원산지. 이젠 누구에게 묻지 않아도 단번에 궁금증을 풀어주는 유능한 해결사가 생겼다. 이 기능을 활용해 하나씩 확인을 해 나가다 보면 조만간 웬만한 식물 이름은 다 꿰게 될지도 모르겠다.

직원들과 점심을 먹으러 가던 길이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초로의 한 여성 분이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자기 집 좀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근처 어디쯤인 것 같은데 찾지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주소를 일러달라고 했다. 인터넷 지도를 통해 확인해 보니 정말로 바로 인근이었다. 집까지 무사히 안내해 드린 후 가던 길을 재촉했다. 그 분은 지팡이에 의지해 길을 찾고 있었다. 우리 같은 사람도 지리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맞이할 때가 없지 않은데, 앞을 보지 못하는 분들은 어떻게 길을 찾는지 궁금했다. 눈은 우리 신체의 9할을 담당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반증이리라. 새삼 범사에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4월 중순을 넘어서는데도 서늘한 기운은 가시질 않는다. 폭풍처럼 휘몰아쳤던 선거가 끝이 났다. 이긴 쪽은 이긴 쪽대로 수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테고, 패한 쪽은 패한 쪽대로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유권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각오를 다져야 할 시점이다. 이념에만 사로잡혀 내 편, 네 편 편가르기에 목숨을 걸기보다는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노력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다시 코로나 일상이다. 조금씩 소강 상태로 접어들고 있는 듯하지만 여전히 방심은 금물이다. 우리만의 문제를 넘어 지구촌 전체의 문제이기에 설령 정상을 회복하더라도 코로나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는 힘들 거란 전문가들의 분석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내가 상대하는 해외 거래처 대부분이 정부의 폐쇄 명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