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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자신의 본분을 지킨다는 것, 공과 사를 구분한다는 것,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해 준다는 것은 쉬운 듯하면서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새로 부임한 아파트 경비원이 말썽이다. 서로가 넘지말아야 할 선이 있음에도 입주민의 사생활을 함부로 들추려 들고, 친척집을 찾은 외부 방문객에게 뜬금없이 명함을 요구하고, 급기야 세상이 다 잠자는 이른 새벽에 가족 간에도 조심하는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는 사태까지 ... 그것도 모자라 소리까지 지르는 ... 세상에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이 많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 이연실 노래 '찔레꽃' 중에서 - 아들 내외가 다니러 왔던 길에 온 가족이 함께한 산책길에서 만난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카시아 향내 못지않을 만큼. 요란하지 않고 은은함이 특징이다. 8년 전 ... 영원의 나라에 어머니를 모시고 올라온 날. 이은미가 부르는 '찔레꽃'을 듣고 또 들으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던 기억이 새롭다.

줄담배를 즐기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담배는 배우지 않았다. 술 한잔만 들어가면 온몸이 빨개지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집안에서 자랐지만 남들과 어울릴 만큼은 마실 정도가 되었다. 술과 담배의 폐해를 익히 보고 들었던 터라 술은 조금 마시되, 담배는 시작도 말라고 세상에 나서는 아들에게 이야기했다. 좋은 안주가 있으면 한잔 술이 생각나는 건 모든 주당들의 공통된 심리. 술과 담배는 습관이다. 한번 굳어진 습관은 웬만한 의지로는 쉬이 떨치기 어렵다. 난생처음으로 금주 선언을 했다. 가족 앞에서... 혼자만의 다짐으로 실천에 옮길 수도 있지만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해. 일단은 8월 말까지 나의 의지를 시험해 볼 생각이다.

퇴근 후 집으로 가는 길. 반가운 차 하나가 옆을 스쳐간다. 1991년도에 출시되어 10여 년 간 사랑을 받았던 경차 티코. '땅콩'과 '목장갑'은 필수품, 터널 지날 때 '거미줄' 조심하라는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저렴한 비용에 유지비 적게 드니 당시 적지않은 판매고를 올린 차종이었다. 대략 30년 가까이 현역으로 뛰고 있으니 차량 소유주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의 수명은 관리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연장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사람의 운명은 한 치 앞을 모른다. 잘 나가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고, 바닥을 헤매던 사람이 보란 듯이 솟는 경우도 있다. 사람은 언제나 겸손해야 하며, 옆을 돌아볼 줄도 알아야 한다. 남의 성취를 축하해 줄 줄도, 남의 아픔을 함께 나눌 줄도 알아야 한다. 잘 나가던 사람이 예상치 못한 일로 불행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가 평소 베풀며 살아온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주위에서 그를 돕기 위해 나설 것이다. 오직 자신과 가족만 챙기던 사람이라면 아무리 손을 내밀어 본들 나 몰라라 할 것이다. 그들을 원망하고 탓하기 전에 자신은 평소 그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돌아볼 일이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내가 베푼 만큼 그대로 돌아온다. 사람들은 내가 한 일을 다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