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글쓰기 (961)
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농사를 지으시는 사돈이 가을걷이를 마쳤다며 농산물을 보내왔다. 지역 특산물인 호박 고구마, 꿀 고구마에, 손수 가꾼 들깨로 짠 들깨 참기름까지 .. 아무리 디지털이 지배하는 세상이라지만 사람 사는 재미에 관한 한 아날로그를 능가하진 못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이해가 걸린 일이 아니면 먼저 나서지 않는다. 밥 한번 먹자고, 술 한잔 하자고, 산행 한번 하자고 먼저 말하지 않는다. 그저 막연히 '언제 밥이나 한번 먹자'고, '언제 술이나 한잔 하자'고 얘기할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언제 한번'이란 진정성이 없는 형식적인 인사에 불과한 화법임은 익히 다 알고 있는 일. 나 역시 한때는 누구보다 주도적으로 모임을 만들고, 자리를 주선하는 편이었지만 더 이상 그러지 않는다. 다 부질없는 일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나고 보면 뭇 사람들과의 관계가 생산적인 경우보다는 소모적이며 버려지는 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대신 밖으로 향했던 시간들을 조금이라도 가족을 위해 할애하려 애쓰고 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 나를 챙겨줄 이들은 오직..

11월부터 시작된 정부의 '위드 코로나' 조치로 오랫동안 억눌렸던 사회 분위기가 급속히 살아나는 분위기다. 거의 문을 닫다시피 했던 사무실 인근 음식점에 저녁 손님들이 들어차기 시작한 것이 그 방증이다. 여전히 확진자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지만 사람들의 심리는 이제 더 이상 코로나에 움츠러들지 않는 듯하다. 지난 주말 나들이 길에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넘쳐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고, 개점휴업 상태였던 관광버스 행렬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코로나 이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사흘째 비가 내리고 있다. 가을비라 해야 할지 겨울비라 해야 할지 .. 어쨌든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곧 겨울로 접어들 것만 같다.

퇴근을 하고 나니 문 앞에 웬 낯선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택배 상자는 아닌 것 같고 .. 가만히 살펴보니 윗집에서 보내온 듯한 과일 상자였다. 작은 메모 쪽지와 함께… “그동안 많이 참아주시고 배려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직접 뵙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아쉽네요.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아내에게 물었다"우리가 무엇을 참았고 무엇을 배려해 주었다는 말이지?" 그러고 보니 전날 우리 라인에 이사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데아마도 윗집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모양이었다. 각박해진 현대 사회...바로 앞집이나 위 아랫집과도 통 교류가 없으니 누가 이사를 가는지 누가 이사를 오는지 알 길이 없었다.그런 와중에 이런 이웃의 '낯선' 인사는 나의 가슴을 잠시 먹먹하게 했다. 윗집은 10여 년 전 바로 위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