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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대체로 사람들은 위인이나 유명인의 기록에 관해서는 관심이 많지만, 정작 중요한 본인의 기록에 관해서는 등한시할 때가 많다. 나는 일찍부터 내 삶의 기록에 관심이 많았다. 단순히 머릿속으로만 기억하기보다 그에 관련된 자료들을 그때그때 살뜰히 챙겨왔다. 잊고 있던 기억도 남겨진 기록물을 봄으로써 하나둘씩 되살아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기록물 중 하나로 사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바야흐로 사진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굳이 카메라가 없어도 누구나 하나씩 손에 들고 있는 휴대전화만으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더없이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사진에 관심이 많다 보니 습관처럼 카메라를 갖고 다닌다. 가족이나 친척, 지인들과의 모임이 있을 때면 곧잘 찍어주기도 한다. 자진해서 찍을 때도 있지만, 상대방 쪽에서 먼저 ..
휴일을 이용해 종로 에서 열리고 있는 '박노해 사진전'을 보고 왔다. 그는 한때 치열한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다 구속된 후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 7년 6개월 만에 석방된 인물이다. 본명은 박기평으로, 박노해는 그의 필명이다.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이란 문구에서 앞글자만을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이후 노동 운동은 접고 시인으로, 사진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흑백 사진으로, 세계 오지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주로 담고 있다. 이번 사진전 역시 최근 하마스 세력과 이스라엘 간 충돌이 벌어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풍경들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가자 지구의 생활상을 들어보면 눈물겹다. 우리나라 세종시 정도 크기의 면적(길이 40km, 너비 10km..
'문화란 경제력을 바탕으로 피어나는 꽃'이라는 말이 있다. 먹고살기 힘든 환경에서 문화는 한낱 '팔자 좋은' 이들의 전유물에 불과할 뿐이다. 일찍이 문화가 융성했던 나라는 예외 없이 경제적으로 부강한 국가들이었다. 우리 나라도 2000년대 들어서면서 문화에 관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널리 정립되기 시작했다. 일부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아닌,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저마다의 이름으로 크고 작은 예술 동호인 모임이나 단체들이 만들어졌다. 회화, 서예, 자수, 사진, 염색, 목공, 시, 수필, 요리, 화초 기르기 등 그 분야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본업 이외 취미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건 그만큼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그들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번듯한 문화 공간들도 덩달아 ..
지루하고 힘들었던 코로나의 터널을 지나 바야흐로 몇 년 만에 '정상적인' 가을의 문턱을 바라보고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무덥기만 했던 날씨가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가을이 오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전국 지자체마다 축제가 많아진다는 점이다. 연예인들은 주요 생업 수단인 무대가 늘어나 좋고, 요식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축제를 통한 대목의 기대감에 부풀게 된다. 하지만 그 동안 다녀본 지역 축제는 어디를 가든 먹고 마시는 것 이외 별다른 차별점를 느낄 수가 없었다. 최근에도 인근 지역에서 열린 축제를 가 봤지만 단조로운 내용에 이내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그 와중에서 예외적으로 나의 눈길을 끌었던 축제가 있었다. 매년 10월 초가 되면 경기도 안성에서 열린 안성바우..
가수 현철이 부른 노래 중에 '추억의 테헤란로'란 곡이 있다. '피우지 못한 그 사랑의 꽃잎을 접어둔 채로 ~ 비 오던 밤에 우리는 서로 눈물로 헤어진 뒤 ~ 그리움과 외로움이 그 여인을 생각케 하면 ~ 오늘도 터벅터벅 홀로 걷는 테헤란로 ~ 아 ~ ~ 추억의 테헤란로 ~ ' 가사에 등장하는 테헤란로는 서울 강남역에서 삼성교(잠실종합운동장 직전)에 이르는 약 4km의 구간으로, 1977년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과 이란의 수도인 테헤란시가 서로 자매결연 맺은 것을 기념하여 붙인 이름이다. 그에 따라 서울에는 테헤란로가, 테헤란에는 서울로가 각각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근무했던 사무실은 바로 그 테헤란로 인근에 위치하고 있었다. 인생의 반이 넘는 기간을 그곳에서 보냈으니 개인적으로 남다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