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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나라 <계방산 눈꽃 산행>

자유인。 2015. 1. 26. 17:15

자연은 봄과 여름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가을에 접어들면 어느 정도 완숙미를 느끼다가도 벌거벗은 겨울이 오면 을씨년스럽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는 인간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면 생기발랄한 20대와 30대의 삶을 부러워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겠지요.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겨울산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습니다.

봄이면 산하를 물들이는 꽃 잔치도, 여름이면 우거지는 수풀도, 가을이면 운치를 더해주는 단풍도

겨울이 되면 모두 자취를 감추고 삭막하기 이를 데 없는 풍경만이 남으니까요.

한 가지 예외는 있습니다. 바로 눈 내린 설경에 대한 끝없는 동경이지요.

한창 눈이 집중되는12월과 1월 전국의 고산(高山)들은 설경을 찾는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자유인 역시 해마다 겨울이 오면 한두 차례 설경을 찾아 떠납니다.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을 보지 않고 겨울을 지난다는 건 왠지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지요.

언젠가 전북 무주의 덕유산 설경을 보러 갔던 날 혹독한 고생을 경험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조금은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겨울산이 부르는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습니다.

 

설경으로 이름난 산 중의 하나인 강원도 평창 계방산을 다녀왔습니다.

반공 소년이승복 군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깃든 운두령 고개로 더 유명한 곳이지요.

이 사건이 있은 뒤 정부에서는 국민들의 반공 교육 강화를 위해 이 군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 널리 보급하기도 했었지요.

원수의 총칼 앞에 피를 흘리며 ~ 마지막 주고 간 말 공산당은 싫어요” ~

구름도 망설이는 운두령 고개 ~ 새 무덤 오솔길을 산새가 운다 ~ ‘

 

꼭 한 번 가보고 싶었지만 여태껏 인연이 없었던 곳 환상의 나라 계방산 설경을 만끽하고 왔습니다.

날씨도, 조망도, 분위기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습니다.

언젠가 유럽의 알프스를 넋을 잃고 바라보며

우리나라에도 저런 풍경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부러워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굳이 그들을 보며 침흘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