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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여행

예산시장의 놀라운 변신

자유인。 2023. 1. 29. 07:48

충남 예산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는 곳이다.

집에서 멀지도 않거니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예당호가 있고, 인근에는 내가 좋아하는 어죽집도 많다.

역사적으로는 조선시대 명필로 추앙받는 추사고택도 있다.

인근의 홍성과 더불어 가장 충청도스러운 말씨를 접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느 시골과 마찬가지로 예산도 한때는 번성했지만, 갈수록 인구가 줄어들면서 사람의 발길마저 뜸해졌다.

이곳은 유명한 음식 사업가인 모 씨의 고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몇 년 전 그의 이름을 딴 국밥거리가 생겨 외지인들이 종종 찾기는 했지만, 그다지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그러던 예산이 요즘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예당호 출렁다리가 개통되었을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모 씨는 그가 자랄 때만 해도 흥청거렸던 시장이 언제부터인가 활기를 잃은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다고 한다.

고민 끝에 버려진 점포를 직접 인수하면서 대변신을 시켰다.

그 결과, 조용하기만 했던 시골 동네가 주말이면 외지인들의 발길로 넘쳐나고 있다.

 

점포가 붙어 있던 시장 건물 내부를 다 트고는, 그곳을 하나의 넓은 광장(장옥)으로 만들었다.

외관은 일부러 손을 대지 않고 옛스런 모습을 그대로 살렸다.

 

 

점포별로 분업화를 시켜 정육점에서는 고기를 팔고,

다른 점포에서는 불판을 빌려주고, 또 다른 점포에서는 쌈채소와 음료수를 판다.

 

그것들을 가져와 준비된 테이블에서 이렇게 각자 구워 먹는 방식이다.

시골에서 보던 장터 풍경 그대로다.

 

또 다른 가게에서는 국수를 먹기 위한 긴 줄이 끝을 모르고 이어진다.

 

포장 판매만 하는 양조장 역시 막걸리를 사기 위한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특징이라면 방문객 중 중장년층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젊은이들이라는 점이다.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에서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란 명목 아래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여

기존 건물을 새로이 단장하고 지붕을 만들고 했지만, 외관만 조금 달라졌을 뿐 인적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적막강산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한 사업가의 놀라운 발상이

다른 지자체에도 많은 참고가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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