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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est adopter

자유인。 2025. 1. 11. 04:33

 

현재 운행 중인 자동차를 구입한 지 3년째가 되었다. 이전 차는 하이브리드 형(사진)이었는데 11년을 타는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얼마든지 더 탈 수 있겠다 싶었는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면서 할 수 없이 지금 차로 바꾸게 되었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가솔린에 비해 연비가 좋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대략 10년 이상을 타고나면 중심 배터리를 교체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는 걸 그때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그 정도 타고나면 배터리 교체 비용이나 자동차 가격이 거의 비슷해서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의 추세가 전기 자동차로 흐름이 옮겨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내구성 면에서는 가솔린 차량이 더 낫겠다는 판단이 들어 지금의 자동차를 구입하게 되었다.

 

서두가 길어졌다. 사실은 자동차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흔히 신문물이나 신기술에 밝은 사람을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라 부른다. 그러면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은 뭐라 할까?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는 용어는 없어 내가 굳이 하나 만든다면 late adopter 또는 latest adopter쯤 되지 않을까? 내가 바로 그 후자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전 자동차는 온도 표시기가 운전석 오른쪽에 붙어 있어 수시로 외부 온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차량으로 바꾼 뒤 어딘가 분명히 같은 장치가 있을 텐데 도무지 찾지를 못했다. 이곳저곳 아무리 탐색을 해 봐도 영 보이지가 않았다. 그런 상태로 지금껏 운행하다가 얼마 전 운전 중 아주 우연히 발견했다. 운전석 바로 앞 계기판에 버젓이 살아 있었던 것이다. 오른쪽 주행거리는 수시로 살폈음에도 바로 그 왼쪽에 있는 온도 표시기는 여태 보지 못한 것이다.

 

 

뒤늦게 설명서를 찾아보니 거기에도 엄연히 그에 관한 설명이 나와 있었다. 이 '엄청난 사실'을 3년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알게 된 것이다. 이것 하나만 봐도 나는 late adopter도 아닌, latest adopter임이 분명해 보인다. 부끄럽지만 그것을 처음으로 발견한 날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