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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그곳에 가면 - 서울 황학동

자유인。 2024. 7. 27. 05:23

 

서울에 가면 아직도 이런 데가 있나 싶을 만큼 눈이 휘둥그레지는 동네가 있다.

바로 황학동이라고 하는 곳이다.

대외적으로는 벼룩시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과 신설동역 사이로 올라오거나,

2호선 신당역과 상왕십리역 사이로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인근에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비롯하여

우리나라 의류시장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는 동대문시장, 평화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황학동 골목을 걷다 보면 손에 들고 다니는 휴대전화가 어색할 만큼 시대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 느낌이다.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MZ들이 보면 도대체 뭣에 쓰는 물건인가 싶어 고개가 갸우뚱거려질 정도이다.

어디에서도 접하기 힘든 아날로그 시대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첨단을 달리는 디지털 문명 시대에 누가 이런 걸 찾을까 싶지만,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따른다 하지 않았던가.

누군가는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으니 시장도 존재하는 게 아닐까.

 

 

어느덧 서울의 명소로 자리 잡은 청계천도 있다.

한때는 이 위로 자동차가 질주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다 걷어내고 복개 이전의 모습을 회복했다.

어디에든 빛과 그늘은 존재하게 마련이다. 오랫동안 이 일대에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던 수많은 상인들이 청계천이 개발되면서 터전을 잃고 말았다.

 

 

오랜만에 황학동을 찾은 건 옛 직장 동료들과의 모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찾은 곳은 원할머니보쌈 본점.

허름한 가게였을 때 찾고는 처음이었는데, 그 사이 번듯한 현대식 신축 건물로 거듭나 있었다.

 

여기를 찾으려면 지하철 신당역과 상왕십리역 사이로 내려오면 된다.

예전에는 이 부근에 배명고가 있었고, 그 학교가 이전한 뒤 도로교통공단이 들어섰었는데,

그마저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았다.

 

고기를 비롯하여 대체적으로 다 좋았지만, 보쌈김치가 내 입에는 너무 달다.

이 정도면 다른 손님들로부터도 무슨 얘기가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은 걸 보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

보쌈은 무엇보다 김치와의 조화가 핵심인데, 나로선 아쉬운 점이었다.

 

한동안 옛것에 관심이 많아 종종 드나들곤 했던 황학동 ..

그곳에도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변화들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