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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그곳에 가면 - 경기 성남 구도심

자유인。 2024. 5. 22. 04:45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우리 땅을 내려다보면 온통 아파트밖에 보이지 않는다.

세계 어디를 가 봐도 이처럼 아파트가 주거 문화의 대세를 장악한 곳은 없다.

 

본래 아파트가 탄생한 배경은 제한된 토지에서 최대의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높이 올려 하나라도 더 많은 가구를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는 건설회사의 논리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모여 사는 도시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건물을 높이 올릴 필요가 없는 지방 소도시에서조차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현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를 두고

어느 부동산 학자는 지역에서 영향력을 가진 지주와 건축업자 간의

담합이 빚어내는 결과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사각지대는 있게 마련이다.

바로 경기도 성남시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성남이란 이름은 '남한산성의

남쪽'이라는 뜻으로, 본래 1960년대 말 서울 도시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청계천과 서울역 인근 무허가 판자촌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켜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아무런 기반 시설도 없는 산비탈에 택지만 덩그러니 조성해

놓고는 무조건 가서 살라 하니 얼마나 말 못 할 애환이 많았을까?

같은 성남시에 속한 분당 신도시는 서울 못지않은 현대화된 모습을 갖췄지만,

구도심은 여전히 지난날의 분위기가 역력하다. 저런 곳에 어떻게

집을 지었을까 싶을 정도로 경사가 가파르기 그지없다.

 

좁은 골목에 주차도 여의치 않고, 반대편에서 차가 마주 오면

교행조차 어렵다. 행여 추운 겨울날 눈이라도 내리면 저 경사진 언덕길을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어떻게 오르내릴까 심히 걱정스럽다.

 

한국전쟁 당시 몰려드는 피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급히

만들어진 부산이라는 도시 역시 굴곡진 언덕배기가 많고 많지만,

감히 여기에 비할 바는 아니다. 성남은 언덕배기라기보다는

산 위에 만들어진 도시라고 해야 맞다.

 

아날로그 향수가 그리운 나 같은 사진 애호가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풍경일 수 있지만, 그 안에 사는 이들의 심경도 나와 같을까?

종일 카메라를 멘 채 가파른 골목길을 누비면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온갖 상념들이 쉼 없이 뇌리를 떠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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