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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 2024. 8. 18. 08:51

 

문명이 첨단을 달리고 있는 오늘날에는 전쟁이란 말이 더 이상 교과서에서나

접할 수 있는 단어일 것 같지만, 지금 이 시각에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국가 간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2년 반이나 계속되고 있고,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 역시 벌써 1년 가까이나 이어지고 있다.

 

원인이야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내 것을 더 차지하거나 채우려는 데서 비롯된다.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논리는 인간만이 아닌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른 모든 생명체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생생한 그 현장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휴일 아침 산책길에 나섰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하지만, 운동 후 샤워라도 하고 나면 한결 몸이 가뿐하다.

길을 걷고 있는데 바로 앞 땅바닥에서 무언가 퍼득이고 있는 게 보였다.

 

 

워낙 움직임이 빠른 데다 크기도 작아 처음에는 잠자리 두 마리가 짝짓기를 하고 있는 줄로만 생각했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광경이어서 서둘러 손전화를 꺼냈다.

셔터를 누르면서 살펴보니 잠자리 두 마리가 아닌, 벌과 잠자리가 서로 뒤엉켜 있는 것이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서 비로소 제대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벌이란 녀석이 잠자리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입으로 잘게 조각을 내고 있는 중이었다.

처음부터 보질 않아 살아 있는 잠자리를 잡은 것인지, 죽은 잠자리를 잡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벌이 잠자리를 조금씩 뜯어먹고 있는 중이었다는 사실이다.

자기 몸에 비해 잠자리의 몸집이 크다 보니 위, 아래로 방향을 돌려가며 패대기를 치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잠자리의 몸체는 점차 줄어들었다.

 

 

지금껏 나의 상식으로는 벌은 이곳저곳에 있는 꽃을 찾아다니며 거기에서 나는 영양소를

먹이로 살아간다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 직접 눈으로 확인한 바로는 벌은 어쩌면 잠자리를 먹을

정도로 육식 곤충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곤충 전문가는 아니어서 그렇게 추정할 뿐이다).

끝까지 다 지켜볼 수는 없어 일어나 다시 가던 길을 재촉했다.

 

 

얼마쯤 가다 말고 조금 전 상황이 어떻게 종료됐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다시 돌아와 살펴보니 잠자리는 온데간데없고(이미 다 먹힌 듯), 벌이란 녀석만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그렇게 포식을 하고도 모자랐던 모양이다.

짧았지만 한 편의 생생한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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