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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과연 그 맛의 차이를 알까? 본문
지인들과 술을 한잔할 때면 이따금씩 궁금한 것이 있다. 소주의 경우 식당에서 종업원이 '어떤 걸로 드릴까요?' 물으면 꼭 특정 상표만을 고집하는 이들이 있다. '나는 항상 그것만 마신다'라고. 그럴 때면 그들은 과연 그 맛의 차이를 알고 그러는 걸까 궁금해진다.
현직 시절 직원들과 회식을 하면서 그것에 관해 실제로 실험을 해 본 적이 있었다. 특정 상표만을 고집하는 몇 명에게 눈을 가리게 한 후 여러 제조사의 소주를 각각의 잔에 담아 섞어 놓고는 한 명씩 마셔보고 해당 상표를 맞혀 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중 한 사람만 정확히 맞혔을 뿐, 나머지는 전혀 감별 능력이 없었다.
위스키의 경우도 비슷하다. 위스키는 숙성 연도별로 가격 차가 존재하는데, 12년산, 17년산, 18년산, 21년산, 30년산 등으로 나뉜다. 대개 12년산을 내놓게 되면 반응이 밋밋하다가도, 30년산을 내놓으면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진다. 그럴 때면 그들은 정말로 맛의 차이를 알고 있는 건지, 아니면 오직 숫자에만 현혹되어 그러는 건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예를 들어 12년 병에다 30년산 위스키를 넣거나, 30년 병에다 12년산 위스키를 넣어놓았다면 그것을 정확히 감별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것 역시 언젠가 지인들과 실험을 해 본 적이 있다. 30년 병에다 12년산 위스키를 넣고는 마셔보라 했더니 하는 말. '역시 30년산 위스키는 12년산과는 확실히 맛이 다르다'라고.
나는 소주도, 위스키도 제조사별 맛의 차이를 전혀 구분하지 못한다. 다 같은 소주요, 다 같은 위스키일 뿐이다. 단지 분위기에, 또는 취하기 위해 마실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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