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새로운 시대의 개막 본문
우리 속담에 '정승도 사흘을 굶으면 남의 집 담을 넘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지체가 높은 사람도 배가 고프면 다른 어떤 것도 부질없다는 뜻으로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돈이다. 아무리 좋은 차도 연료가 없으면 한낱 쇳덩이에 불과하듯, 돈이 없는 인생은 사람으로서의 구실도, 체통도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범죄 역시 돈과 관련된 것들이다.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저마다의 욕구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퇴직을 앞둔 이들의 가장 큰 불안감은 대부분 경제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오랫동안 고정된 수입이 있다가 퇴직과 동시에 그것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그 부분에 대한 벌충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인 것이다. 아직까지 경험해 보지 않은 세계이기에 그 불안감은 더할 수밖에.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의 경우에는 퇴직과 동시에 곧바로 수령이 가능하지만(지금은 공무원 연금법도 개정이 되어 2010년 가입자부터는 수령 시기에 차등이 적용된다), 국민연금 대상자인 나로서는 퇴직 후 3년이라는 짧지 않은 공백기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 기간을 무엇으로 메울 것인가가 최대의 과제였다.
나는 내 동기생들보다는 주민등록상 생년이 한 해가 늦다. 이른바 '빠른 OO 생'은 이전 연도 출생자들과 입학을 같이하는 세대였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두 살이 더 많은 동기생도 있어, 그들의 경우 재작년이나 올해부터 이미 연금 수령을 시작했다. 나보다는 1~2년이나 앞선 셈이다. 막상 닥치고 보니 우려와는 달리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는지, 살아보니까 또 그 나름대로 살아지더라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거기에는 아내의 남다른 경제 관리 능력도 중요한 한몫을 담당했다. 다른 한편으로 나는 나대로 대책을 강구하다 보니 나의 용돈 정도는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게도 되었다.
'이 또한 지나간다'라고 했던가. 오랫동안 남의 일로만 여겼던 그 대열에 나도 마침내 일원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전날 연금공단을 방문하여 공식적으로 연금 수령 신청 절차를 마친 것이다. 그에 따라 새해부터는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통해 고정적인 수입원이 구축될 예정이다. 제도가 시행된 첫해부터 납입을 시작했던 터라 대상자 중 최상위 그룹에 속한다는 것도 이번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 길었던 어둠의 터널을 무사히 견뎌준 나 자신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자축의 박수를 보낸다. 그 시간을 함께 걸어준 아내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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