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반복의 힘 본문
최근 어디에선가 읽었던 글이 생각난다. 글쓴이가 올 한 해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책 읽는 사람을 본 것이 단 세 명이라고. 내가 봐도 대부분 스마트폰만 열고 있을 뿐, 책 읽는 사람은 정말로 드물다(물론 그중에는 영상 독서를 하는 경우도 더러 있긴 할 것이다).
내가 본격적으로 책 읽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마흔을 전후한 시기였다(나로서는 이 시기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생업을 제외한 다른 대부분의 것들을 본격적으로 생활화한 것도 바로 이 무렵부터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관심은 있었지만 그저 생각뿐 실천으로까지 옮기지는 못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생활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고, 이후로는 며칠이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불안하기까지 했다. 이는 마치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던 사람이 이삼일 안 하면 왠지 몸이 찌뿌둥해지는 것과 같다.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독서도 습관이다. 몸에 익숙해지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때까지가 힘들 뿐 그다음부터는 때가 되면 밥을 먹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한때는 일 년에 몇 권까지 읽겠다는 목표를 세운 적도 있었다. 몇 년을 그렇게 하다가 불현듯 그 생각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숫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목표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본질을 넘어 목표를 위한 목표가 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나의 경우 스마트폰을 비롯한 영상 매체를 통해 무언가를 보게 되면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크게 와닿지를 않는다. 종이로 된 책을 읽어야 비로소 무언가를 읽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외출을 할 때면 늘 습관처럼 책을 한두 권 가방에 넣고 다닌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거나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에 하릴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대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다.
우리가 매일 음식물을 섭취한다고 해서 그것이 온전히 다 몸의 영양소가 되지는 않는다. 일부는 영양소가 되기도 하고, 불필요한 것들은 체외로 배출된다. 그 과정을 통해 몸은 성장하게 되고, 건강을 유지하기도 한다. 독서 또한 그와 다르지 않다. 책 몇 권을 읽었다고 해서 그 안에 든 내용들이 온전히 다 내 지식이 되지는 않는다. 그중 상당 부분은 기억에서 사라지고, 극히 일부만 남을 뿐이다.
그 일부가 모이고 모여 장기간에 걸쳐 축적되게 되면 그것들이 본인의 생각을 키우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는 걸 알게 된다. 나 역시 뭐라고 딱히 꼬집을 수는 없지만, 이만큼이나마 세상을 보는 눈을 갖게 된 것도 오랫동안 이어진 독서의 힘을 빼놓고 말할 수는 없다. 지금처럼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게 된 것도 그 근간을 더듬어 보면 어떤 형태로든 독서의 힘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다른 모든 것이 그렇듯 우리네 인생에서 무언가 폭발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오직 지속적인 반복의 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다 같은 조건에서 출발해도 사람마다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누군가는 하루 이틀 하다가 이내 포기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남들이 보기에 미련할 정도로 꾸준히 밀고 간다. 승부는 결국 그런 데서 갈리게 된다. 생전에 선친께서 우리에게 종종 강조하시던 말씀도 그것이었다. 로마는 결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노라고(Rome was not built in a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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