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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내 삶의 위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여러 가지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중 한 가지 지표는 내 이야기보다 남의 이야기가 내 삶에 많아지는 시점입니다. 하루를 돌이켜볼 때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시간보다 남의 생각에 기대어 남의 이야기를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 내 삶을 한 번쯤 돌이켜볼 때입니다. 내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삶,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면서 자기만의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입니다. - 유영만, 중에서 -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우리네 경조사 문화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이전까지만 해도 기별을 받고도 가지 않으면 무슨 큰 죄라도 지은 양 불편했지만, 코로나를 지나면서부터는 안 가고 축의금이나 부의금만 전해도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었기 때..

얼마 전 대대적으로 집안의 조명을 바꿨다. LED라고 하는 것인데, 형광등에 비해 밝기도 밝고 수명도 더 길다는 얘기를 듣고 오랜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수명은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테고, 밝기 면에서만 본다면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공사를 하기 전 몇 군데를 알아봤는데, 소매점에서는 턱없이 비싸게 부르는 반면, 도매점에서는 그 반값에 해줄 수 있다고 해 고무줄 가격에 놀라기도 했다. 고향 마을에 전기가 들어온 건 내가 중학교에 들어간 그해 가을 9월이 되어서였다. 이전까지는 호롱불이나 촛불, 그보다 상위 단계로는 남폿불(램프)에 주로 의존했었다. 처음 전기가 들어오던 날 마루에 불과 5와트짜리 전구를 켰는데도 우리 집 마당은 대낮처럼 밝았다. 해방을 맞은 기쁨이 그러했을까. 반백..

평생 운동으로 다져진 내 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마주 오던 다른 자전거를 피하려다 넘어져 큰 부상을 당했다. 어깨뼈가 탈골이 되고 갈비뼈 5대가 부러지는 중상이었다. 그런 사고는 난생처음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은 다 다쳐도 자신만은 병원 신세를 지는 불상사는 없을 거라 자신했지만, 막상 당사자가 되고 보니 사람의 앞일은 정말 알 수 없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고 한다. 누군가 다치거나 아픈 사람을 보면 자신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다짐을 하고 나면 앞으로 그에게는 같은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보고 나면 그때뿐, 시간이 지나 일상에 빠지다 보면 어느새 또 잊어버리게 된다. 내 일이 아니면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것이 일반적인 인간 심리이기 때문이다. 2년 가까이 반복적으..

내가 어릴 때는 집에서 따로 구독하던 신문이 없었다. 그 시절 아버지가 퇴근하시면 직장에서 보시던 신문을 하나씩 갖고 오셨는데, 나는 날마다 그것이 무척이나 기다려졌다. 아버지께 잘 다녀오셨냐고 인사를 하고 나면 타고 오신 자전거 짐받이부터 가장 먼저 살피곤 했었다. 늘 거기에 신문을 묶어서 오셨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어린 나이에 신문을 열심히 읽는 내가 기특하다며 칭찬을 하시곤 했었다. 몇십 년을 보던 종이 신문을 끊은 지 2년이 넘었다. 무언가 배울 수 있거나 도움이 되어야 할 신문이 온통 정치인들의 물고 뜯는 기사로만 도배가 되고 있어 도움은커녕 도리어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나와는 하등 상관도 없는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좇아가며 꿰고 있을 필요..

미국의 시민운동가이자 자연주의자인 헬렌 니어링((Helen Nearing)이 주장한 내용 중에 '1일 3등분 생활법'이란 것이 있다. (1) 적당한 노동이 그중 하나요, (2) 독서와 사색이 또 다른 하나요, (3) 타인과의 교류가 그것이다. 이렇게 하루를 3등분으로 나누어 균형 있게 생활하다 보면 삶의 질이 그만큼 더 높아질 거란 얘기다. 세상을 살면서 몸소 경험하거나 책을 통해 배우는 것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살아온, 혹은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것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깨닫는 것도 적지 않다. 헬렌 니어링이 말한 '타인과의 교류'는 그래서 더욱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 10월 21일은 경찰의 날이었다. 모 방송에서 특집으로 일선 경찰관들을 초대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