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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본문
<제목 : 어머니> - 2007. 4. 21
내가 DSLR 카메라를 구입한 건 2006년 12월이었다.
그 전까지는 '똑딱이' 카메라로 그저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 자체에만 재미를 느낀 정도였지 제대로 된 장비가 없었다.
본격적으로 사진을 즐기기 위해서는 올바로 된 카메라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미친 듯이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은 양만큼은 아마도 그때가 내 생애 가장 많았을 것이다.
구도가 뭔지도 몰랐고, 초점이 뭔지도, 수평이 뭔지도 몰랐다.
피사체의 상황이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나의 욕심이 우선일 뿐이었다.
세월이 흐른 뒤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이며 무례인지를 깨닫고는 잘못된 나의 행동을 뒤늦게 반성했다.
사진에 앞서 피사체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먼저라는 것도.
카메라를 구입한 뒤 4개월이 지나 고향에 내려갔을 때
불현듯 마루에 앉아 계신 어머니를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섬광처럼 스쳐갔다.
어머니는 맏아들을 낳고 난 뒤 평생을 신경통과 관절염으로 고생하셨다.
결혼 전까지 농사일이라고는 해보지 않았던 분이
농사 짓는 남편을 만나 떠나시는 그날까지 한 시도 편할 날이 없었다.
저 사진을 찍고 5년이 지난 어느 해 겨울, 어머니는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나셨다.
내가 사진을 알고 난 후 가장 큰 보람 중 하나는
당신이 비교적 건강하실 때 저 모습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