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그곳에 가면 -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문
정치에 관심이 있건 그렇지 않건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이상 정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법을 만들고, 그것을 제정하는 주체인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유권자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국회의사당은 서울 여의도에 있다. 그동안 주변을 맴돌기만 했을 뿐, 제대로 내부를 살펴본 적은 없었다. 지인들과의 모임을 앞두고 답사를 겸해 난생처음으로 국회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의 국회의사당 건물이 완공된 것이 1975년이라고 하니 생각보다 꽤 오랜 역사를 지닌 셈이다. 2023년 기준 직원 수는 3,481명, 국회의원 300명까지 포함하면 한 해 국회에 들어가는 정부 예산만 해도 엄청난 규모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마침 내가 방문한 날이 제22대 국회 개원일이라 개원식을 마친 국회의원들이 의사당 건물 앞 계단에 모여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내부에는 우리 국회의 지나온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 우리 국회가 입법기관으로서의 본격적인 기능을 하게 된 것은 1987년 민주화가 시작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무늬만 국회일 뿐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우리 국회가 국회다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여야를 떠나 언제부터인가 '아군'과 '적군'의 개념만 존재할 뿐, 정치는 실종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정책 대결을 놓고 서로 치열하게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협조할 때는 또 협조가 필요한데,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 국회의 현실은 오로지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과 헐뜯기에만 혈안이 되고 있는 듯하다. 세계가 인정하는 경제 선진국임에도, 정치만은 도리어 후퇴하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러울 정도이다. 하는 일에 비해 부여되는 권한과 혜택도 과도해 보인다.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해 보이지만, 입법의 열쇠를 쥐고 있는 그들이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을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해 보인다.
국회 안에는 일반인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 있다. 점심에만 제한적으로 하루 두 시간(11:30~13:30)씩 개방되는데, 비용도 저렴해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경험 삼아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박물관 지하에 있다.
탁 트인 한강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카페도 있다. 내부가 그리 넓지는 않은데, 실내에 자리가 없을 경우 옥상으로 올라가면 테이블이 비치되어 있어 한결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물론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에는 어려울 듯). 외부 손님들의 접대 장소인 사랑채(한옥)를 찾으면 바로 옆 건물이 카페다.
대체로 국회를 떠올리면 정치인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 다소 거리감이 느껴질 수 있는데, 정치를 떠나 일반적인 휴식 공간의 개념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음을 이번 기회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안전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긴 하지만, 특별히 정치색을 띠지 않는 한 출입에 별다른 제약이 없다는 점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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