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사진을 대하는 태도 본문
대체로 사람들은 위인이나 유명인의 기록에 관해서는 관심이 많지만, 정작 중요한 본인의 기록에 관해서는 등한시할 때가 많다. 나는 일찍부터 내 삶의 기록에 관심이 많았다. 단순히 머릿속으로만 기억하기보다 그에 관련된 자료들을 그때그때 살뜰히 챙겨왔다. 잊고 있던 기억도 남겨진 기록물을 봄으로써 하나둘씩 되살아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기록물 중 하나로 사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바야흐로 사진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굳이 카메라가 없어도 누구나 하나씩 손에 들고 있는 휴대전화만으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더없이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사진에 관심이 많다 보니 습관처럼 카메라를 갖고 다닌다. 가족이나 친척, 지인들과의 모임이 있을 때면 곧잘 찍어주기도 한다. 자진해서 찍을 때도 있지만, 상대방 쪽에서 먼저 요청을 할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사진을 대하는 이들의 표정이나 태도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진은 정성을 들인 만큼 결과물도 그에 비례해서 나온다. 대충 찍은 사진임에도 생각지도 못한 결과물을 만날 때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확률은 높지 않다. 기본적으로 누군가에게 사진을 부탁했으면 사진사의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찍는 사람이 사진에 관해 문외한이 아닌 한, 최대한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나름대로 애쓰기 마련이다.
사진을 찍으면서 사진사에게 개인의 주장을 지나치게 앞세우는 이들이 있다. 더우니까, 혹은 추우니까 얼른 찍고 가자고. 사진을 찍기로 했으면 사진사가 끝났다고 얘기할 때까지 최소한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아니,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이들의 특징은 어디에 왔다 갔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한, 또는 남들에게 보이거나 자랑하기 위한 목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찍은 사진을 보면 다들 눈을 뜨고 있는데, 서두르다 보니 혼자서만 눈을 감고 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그 사진이 어디에 있는지 관심조차 없다.
사진을 찍는 이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찍은 사진에 지속적인 애정을 쏟는 경우는 드문 것이 현실이다. 무릇 사진은 찍는 사람이나 찍히는 사람이나 여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그럴 때 보다 나은 사진을 건질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 쫓기듯, 숙제하듯 찍은 사진에서 좋은 결과물을 기대하는 건 나무 위에 올라가 물고기를 찾는 것과 다름없다.
아마추어는 한 장의 사진을 위해 한두 장을 찍을 뿐이지만, 전문가는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수백, 수천 장을 찍는다. 그럼에도 자신이 찍은 결과물에 좀처럼 만족하지 못한다. 길어야 일이 분, 인생 사진을 건진다는 마음으로 카메라 앞에서 기다림을 즐겨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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