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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6월 한 달간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주최하는 '여행 가는 달' 제2탄으로 전북 남원에 다녀왔다. 이번 역시 서울에서 여수엑스포역까지 운행하는 남도해양열차(전라선)를 이용했다. 지난번 전주에 이어 남원을 여행지로 택한 건 현지 기차역에 내려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편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이었다. 다른 지역도 가보고는 싶었지만, 당일 일정으로 소화하기에는 너무 먼 데다 현지에서의 대중교통편이 마땅찮은 것이 문제였다. 기차로 남원을 찾은 건 난생처음이었다. 일반 열차와 달리 정차역이 많지 않아 내가 사는 곳에서 남원역까지는 세 기간 남짓 소요되었다. 역사(驛舍)가 최근에 지은 것 같아 물어보니 본래 시내 다른 곳에 있었는데 그곳에서 문화재가 발굴되어 구역은 폐쇄하고 이곳에 ..
6월 한 달간 지역 관광 활성화의 일환으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및 전국 지자체와 관광업계가 함께 추진하는 '여행 가는 달' 행사가 실시되고 있다. 여기에는 교통, 숙박 등에 대폭적인 할인 혜택이 주어지고 있어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나는 이 중에서 기차 여행을 한두 차례 계획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노선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중 하나가 남도해양열차(S-train)인데, 서울을 출발하여 영등포-수원-천안-서대전-논산-익산-전주-임실-남원-곡성-구례구-순천-여천을 거쳐 여수엑스포역까지 운행하는 기차다. 기존의 무궁화호 열차를 개조하여 새마을호 특실 등급 수준으로 운행하는데, 일반 열차에 비해 정차역이 많지 않아 운행 시간이 대폭 단축되는 장점을 ..
내가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1월 어느 날이었다. 온 나라가 뒤집어질 정도의 엄청난 사고가 발생했다. 크고 작은 사고는 늘 있어왔지만,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규모였다. 전라북도 이리역에서였다. 역내에 정차 중인 화약 수송 열차에서 잠을 자던 기관사가 어둠을 밝히기 위해 켜둔 촛불이 화약 상자에 옮겨붙으면서 연쇄 폭발한 것이다. 사상자가 1,400여 명(사망 59명), 파괴된 건물이 7,600여 동, 이재민이 7,800여 명이나 발생했으니 전쟁 아닌 전쟁이 일어난 거나 다름없었다. 일순간에 도시 하나가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리를 생각하면 그때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후 이리라는 지명은 없어지고, 익산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거듭났다. 살면서 여태 익산이란 곳을 한 번도 ..
공전의 베스트셀러인 유홍준 교수의 에 보면 작가 시점에서 바라본 '남한의 5대 명찰(名刹)'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에는 개심사(충남 서산), 무위사(전남 강진), 내소사(전북 부안), 운문사(경북 청도), 부석사(경북 영주)를 들고 있는데, 각 사찰의 분위기를 묘사한 글이 명문(名文) 중의 명문으로 꼽힌다. 나는 운문사 하나만 빼고는 다 가 보았다. 여기서는 그중 전라북도 부안에 소재한 내소사(來蘇寺) 이야기다. 내가 내소사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서였다. 작가의 문장력이 워낙 뛰어나 글을 읽으면 꼭 한 번은 가봐야겠다는 충동이 절로 일어날 정도였다. 작가는 책에서 내소사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늦가을 해 질 녘 할머니가 툇마루에 앉아 반가운 손님이 올 리도 없건만 산..
'전북 맛기행'이란 이름 아래 여행사 버스를 타고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군산으로, 선유도로, 격포항과 채석강으로, 내소사로, 부안청자박물관으로, 익산 아가페정원으로 .. 노는 듯, 쉬는 듯 .. 운전을 안 하니 좋고, 유유자적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으니 더 좋다. 도로 정체 걱정하지 않고 전용 차로를 씽씽 달릴 수 있으니 그 또한 신나는 일이다. 낯익은 곳도 있었고, 처음인 곳도 있었다. 사진을 가까이하고 나서부터 한때 집중적으로 다녔던 곳이 전라도 지방이었다. 가본 데가 전무하다시피했기 때문이다. 그 시기가 내 나이 마흔 무렵이었으니, 당시까지만 해도 우물 안 개구리였던 나의 세계는 그때를 계기로 크게 확장성을 갖기 시작했고, 이후 더욱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모두 뒤늦게 알게 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