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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계절에 따른 자연 풍경을 보자면 시점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여름과 겨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봄이나 가을엔 더욱 그렇다. 올가을은 예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단풍이 늦어지는 바람에 때를 맞추기가 더 애매하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은행나무 단풍을 꼭 보고 싶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단풍이 아닌 오래되고 기품 있는 은행나무 단풍을 말이다. 집에서 한두 시간 정도의 거리에 가볼 만한 곳이 몇 군데 있었지만, 모두 대중교통이 닿지 않아 망설여졌다. 그냥 이대로 해를 넘겨야 하나 고민하던 차 마침 블로그 이웃님께서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 소식을 올렸다. 무려 800년이나 묵었다는.. 인천대공원 옆이라는데 왜 여태 그걸 몰랐을까. 사진을 보니 단풍이 절정이었다. 이삼일 내로 가지 않으면 조만간 다 떨어질 ..
당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 사람이 부모든, 자식이든, 누구든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번째로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것이다. - 공지영, 중에서 - 술에 관한 한 나는 우리집에서 돌연변이다. 선친도 그랬고, 다른 형제들도 일절 술을 마시지 못한다. 안 마시는 게 아니라 태생적으로 알코올 분해가 안 되는 체질들을 타고 났다. 나도 잘 마신다기보다 그저 남들과 어울리는 정도이다. 우리 집안 자체가 술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편이다. 술을 마시되 나대로 견지하는 규칙이 있다. 즐겁게 마시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 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술자리에서의 화제 역시 너무 무겁거나 심각한 얘기, 또는 예민한 얘기는 피하는 편이다. 나도 그렇지만 누군가 그런 화제를 거듭해서 꺼내면 좋았던 분위기는 어느새 가라앉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직업 중 가장 어려운 업종이 뭘까? 그중 하나가 코미디언이 아닐까 싶다. 남들을 웃게 하는 게 일이다 보니 끊임없이 새로운 소재를 발굴해야 한다. 듣는 사람은 좋을지 모르지만 당사자는 얼마나 고달플까? 사람들은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도 한 번 들은 내용에는 좀처럼 웃지 않는다. 그럴 때 당사자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직업인으로서 존재감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가수야 같은 노래를 아무리 반복해서 불러도 반응이 뜨겁지만, 코미디는 일회성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일반인이라고 크게 다를까? 나는 태생적으로 가만히 정체되어 있는 삶이 싫다. 몸도 지속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새로운 지식 탐구도 끊임없이 해야 비로소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다. 탐구라고 해서 학자처럼 무슨 대단한 ..
나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편이다. 동네에서는 걷기 아니면 자전거가 주요 이동 수단이다. 평소 운동을 위한 운동보다는 생활 전반을 운동화化하게 되면 따로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나대로의 생각을 실천에 옮겨보자는 것이 하나요, 차를 타면 순간적으로 못 보고 지나칠 세상의 풍경들을 천천히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관찰 활동은 동네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자주 접하면 식상할뿐더러 더 이상 아름답다는 느낌을 갖기 어렵다. 이따금씩 하게 되는 기차 여행도 그중 하나다. 대개 집에서 멀지 않은 한두 시간 거리의 여행지를 택하곤 한다. 차편은 가장 느린 무궁화호. 급한 사무가 있는 이들은 더 빠른 고속 열차를 이용해야겠지만, 여행은 분초를 다투기보다는 ..
'초보 노인입니다" .. 이 책 재미있다. 아니, 재미있다기보다 소재가 색다르다. 글을 쓸 당시 60대 초반이던 지은이가 은퇴 후 오랜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전원주택을 알아보다가 사정이 어찌어찌 뒤엉키는 바람에 얼떨결에 실버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었다. 여느 아파트와 별반 다를 게 있을까 싶어 한동안 살다 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거주민 대다수의 나이가 여든 혹은 그 이상인데 반해 자신은 이제 겨우 예순 초반. 거기서는 '새파란 아가씨'였다. 결국 적응에 실패하고 새로운 주거지를 찾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게 대략적인 줄거리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현실을 애써 부정할 때가 많다. 특히 나이에 관한 한 본인이 늙었다는 사실을 좀처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 나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