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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새로 산 바지를 손볼 게 있어 동네 수선집에 들렀다. 주인장은 올해 여든하나로 오랫동안 양복점을 운영하다가 맞춤옷에 대한 수요가 퇴조하면서 수선업으로 업종을 변경한 분이다. 내가 이사 올 때부터 있었으니까 최소한 20년 이상을 같은 자리에서 생업을 유지해 오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옷을 몇 차례 맡겨본 결과 꼼꼼하게 결과물이 잘 나오는 것 같아 믿고 맡기는 단골집이 되었다. 오랜만에 들렀더니 주인과 웬 여성 한 분이 같이 계셨다. 부인이라고 했다. 수선을 하는 동안 커피 한 잔을 권하기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남편이 작년에 척추협착증으로 수술을 세 차례나 했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마비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더니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하더란다. 다행히 수술도 잘 되었고..
전날 일기예보에 눈이 많이 내릴 거라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어느새 자동차 지붕이 덮일 정도로 많이 내려 있었다. 바닥이 질퍽거리는 걸 보면 비까지 섞여 내린 모양이었다. 할 수 없이 운전을 포기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했다. 일과를 수행하는 도중에는 거센 눈보라가 작업장 안으로 들이칠 만큼 기세는 강해졌다. 불현듯 군인 시절 자주 불렀던 '용사의 다짐'이란 군가의 한 대목이 생각났다. '눈보라 몰아치는 참호 속에서 ~ 한 목숨 바칠 것을 다짐했노라 ~ '. 퇴근할 무렵이 되니 발이 푹푹 빠질 만큼 눈송이는 점점 더 굵어졌다. 11월에 눈이 내리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지만, 첫눈치고는 폭설에 가까운 양이었다. 단풍잎이 채 지기도 전에 눈이 내리니 마치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느낌이었다. ..
오랜만에 관악산을 찾았다. 이렇게 고산高山을 오른 지가 몇 년 만인지 모른다. 한때는 사흘이 멀다 하고 전국의 산천을 누비던 내가 어느 날부터인가 높은 산에 대한 의지가 갑자기 꺾였다. 특별히 건강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딱히 이유도 없이 그냥 싫어졌다. 그래서 한동안은 산을 가봐야 동네 뒷산으로 가볍게 산책이나 다녀오는 것이 전부였다. 그랬던 내가 어느 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나도 모르게 관악산을 한 번 다녀와야겠다는 충동이 일었다. 관악산은 해발 632미터로 서울과 과천, 안양에 걸쳐 있는 산이다. 이름 그대로 나무보다는 바위가 많은 악산이다. 정상적인 발걸음이면 왕복 4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한 가지 특이한 건 하산길이 생각보다 매우 복잡하다는 점이다. 갈림길에서 조금만 방..
우리 모두는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홀로 남겨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 누구도 그 외로움을 함께해 줄 수는 없다. 그 순간을 위해 미리 사귀어 놓아야 하는 평생의 친구 이름이 바로 '취미'라고 한다.- 연준혁, 중에서 - 나이가 들면서 그동안 묻어 두고 살았던 취미나 끼를 하나둘씩 꺼내어 되살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내 주변에서도 그런 예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뒤늦게 시작한 그림 작업으로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의 영광을 안은 경우, 지역 합창단에 들어가 숨어 있던 끼를 뽐내는 경우, 내성적이기만 할 것 같던 사람이 뒤늦게 춤에 재미를 붙여 삶의 활력을 되찾고 있는 경우, 언제 어디서 소리 소문도 없이 비밀 수련을 했는지 웬만..
직장인이면 누구나 한두 번쯤 꾸는 꿈이 있다. '지긋지긋한' 직장 생활 청산하고 하루빨리 자신만의 사업체를 갖고 싶은 소망이 그것이다. 그러면 싫은 사람 얼굴 보지 않아도 되고, 누구에게 이래라저래라 지시를 받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겠느냐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이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꿈을 실천에 옮긴 이들 중에도 보란 듯이 성공한 사람이 있는 반면(이런 경우는 극소수), 큰돈은 벌지 못하고 그저 밥을 먹고 사는 정도에 그치기도, 또 어떤 이는 오히려 직장 생활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개인의 자유 선언 목표가 저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우선은 경제적인 독립이 가장 큰 목표일 것이다. 자유란 어느 정도 경제 문제가 해결되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