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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제설작업> - 2022. 2. 15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늘 카메라를 분신처럼 지니고 다녀야 한다.
내가 바라는 장면이나 풍경이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그림도 정작 카메라가 없으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자고 일어나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운동을 겸해 나선 산책길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메라를 챙겼다.
여느 때와 다른 날씨라 무언가 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사실 겨울에는 설경을 제외하면 찍을 것이 별로 없다.
대부분 눈을 소재로 만들어지는 그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시간 가까이를 걸었지만 딱히 건질 만한 그림이 없어
빈손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즈음,
저 멀리서 열심히 눈을 치우는 분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송풍기로 낙엽이나 눈을 치우는 풍경.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는 낯익은 광경이 아니었다.
오직 빗자루나 넉가래만이 전부인 시절이었던 것이다.
2007년, 미국에서 한 달 간 체류할 기회가 있었다.
가을로 접어든 시기라 낙엽이 무시로 온통 대지를 뒤덮고 있었다.
그때 난생처음 보는 광경이 내 눈에 들어왔다.
'농약 분무기'를 메고 낙엽을 청소하는 모습이었다.
낙엽을 쓰는데 웬 분무기를???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농약을 살포할 때나 쓰던 기구였다.
그것이 바로 청소용 송풍기였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훨씬 지나 우리나라에도 '신문물'이 도입되면서
빗자루로 낙엽이나 눈을 치우는 모습은 보기가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