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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얼마 전 '국내에서 즐기는 해외여행'의 일환으로 안산 케밥 전문점을 들렀었는데 그때 먹었던 케밥이 또 생각났다. 나는 내 돈 주고 사 먹은 음식이 맛이 없으면 그 집은 다시 눈길을 주지 않지만, 괜찮다 싶으면 재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 집도 그런 곳 중 하나였다. 어느 휴일 아침, 아직 꿈나라를 여행 중인 아내 몰래 전철을 타고 안산역으로 향했다. 이날은 현장에서 먹기보다는 포장을, 나보다는 아내를 위한 목적이 더 컸다. 얼마 전 그녀가 러시아에서 먹었던 케밥 이야기를 했던 게 생각나서였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24시간 문을 연다 하여 이른 아침부터 길을 나선 것인데 가게 앞에 도착해 보니 아직 개점 전이었다. 이런 낭패가? 다시 돌아갈 수도 없어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다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갔다. ..
다들 경기가 안 좋다고 말한다. 심지어 코로나 때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도 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자. 장사나 사업하는 사람들치고 언제 경기 좋다고 한 적이 있었던가. 불황이라고 하는 시기에도 잘 되는 사람은 잘 되고, 호황이라고 하는데도 안 되는 사람은 여전히 안 되는 걸 보면 경기 탓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역량에 달린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경기 수원 인계동에 '유치회관'이라는 음식점이 있다. 맨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땐 경찰서 유치장이 연상될 정도로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는 해장국과 수육, 그리고 수육무침 단 세 가지. 24시간 문을 여는데 갈 때마다 문전성시를 이룬다. 특히 주말이면 모처럼 느긋한 늦잠들을 즐길 것 같은데도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이어진다. 하지만 회전율이 높아 ..
이따금씩 외식을 하지만 여기는 다시 한번 더 와야지,라는 느낌을 주는 곳은 어쩌다 손에 꼽을 정도이다. 방송에서 리포터들이 음식이 채 입에 들어가기도 전에 자지러질 듯 맛있다며 과장된 연기를 하는 걸 보면 '방송이 정글이라는데 살아남으려면 그렇게라도 해야지 어쩌겠니'라며 넘어가곤 한다. 과연 그렇게 몸이 뒤틀릴 만큼 폭풍 감동을 주는 곳이 얼마나 될까. 개인적으로 비교적 자주 가는 음식점이 있다.제법 오래되고 규모가 있는 한우전문점이지만, 그렇다고 거기서 비싼 한우를 먹은 적은 한 번도 없다. 갈 때마다 주로 선택하는 메뉴는 '돼지갈비 쌈밥정식'이다. 점심시간에만 제한적으로 파는데 가성비가 꽤 괜찮다. 일 인당 22,000원에 이만한 구성으로 나오는 데는 여기밖에 못 봤다.가격만 보고 혹시 '날림'이 아..
시골에서 학교를 다니던 시절, 시내 아이들은 우리 마을 아이들을 언제나 '물 건너 아이들'이라 불렀다. 집과 학교를 오가려면 도중에 개천을 하나 건너야 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무슨 속뜻이 있었는지를 따지기 전에 나는 그런 호칭들이 왠지 정감이 느껴져 좋았다. 아들네 식구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본가를 다녀간다. 아이들이 출가하고 난 뒤 가급적 그들의 사생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 우리 부부의 생각인지라, 아들과 며느리가 스스로 규칙을 정해 지속적으로실천에 옮기고 있어 내심 기특하면서도 반갑다. 귀여운 손주까지 함께 볼 수 있으니 올 때마다 기쁨은 배가된다. 무엇을 먹을까 물으니 이탈리아 음식이 좋겠다고 했다. 오랜만에 동네 단골집을 찾았다. 집 가까이 있어 이따금씩 들르곤 하는 곳이다. 가깝다는 이유라..
나의 음식 취향은 반찬이 이것저것 많이 나오는 상차림보다는단품 음식을 좋아한다. 상이 그득하면 보기에는 좋을지 모르지만,애써 만든 음식을 다 먹지도 못하고 남기는 경우가 많은 데다,종류가 많다 보면 무엇 하나 본연의 맛을 제대로 즐기기가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다.언젠가 친구와 둘이서 시골집에 갔었다.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이 돌판에다 고기를 구워 그것을 안주 삼아 술을 한잔하는 것이었다.콘크리트만 즐비한 도시에서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이기 때문이다. 친구네 집 마당에서 벽돌로 받침대를 세우고는 그 위에 돌판을 얹었다.장작불을 지펴 시장에서 사 온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다.고기가 익을 즈음 김치와 파절이도 얹고, 마늘과 쌈장과 상추도 대기시켰다. 지글거리며 익는 소리도 구미를 자극했지만, 기름 잘 빠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