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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요즘처럼 외국 한 번 나가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 어쩌다 바다 건너 출장이라도 갈 일이 있으면 주변에서 무언가를 부탁하는 이들이 많았다.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외제품들을 좀 사 달라는 것이었다. 남자의 경우 양주나 담배가 많았고, 여자들은 화장품이나 지갑 등이 주류를 이루었다.공항에서 파는 것들은 대부분 유명 브랜드들이어서 면세가 적용되더라도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었다.여자들은 본인의 치장을 위해, 남자들은 상사나 거래처 등에 접대나 선물을 위한 목적이 많았다. 남자들의 양주는 마시기보다는 수집이나 전시 목적인 경우가 많았다.집집마다 가 보면 현관에서 잘 보이는 위치에 양주 전용 장식장을 장만해 구입한 양주들을 무슨 훈장인 양 진열해 놓고는 흐뭇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이를 두고 흔히 '제사를 지낸다'..

지금껏 살면서 내가 이용한 교통수단은 대부분 육지에서 가동되는 것들이었다. 자가용을 비롯해서 버스, 택시, 지하철, 기차 등등. 어쩌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할 경우 더러 비행기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횟수 면에서 육상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자동차에 비해 비행기 탑승 환경은 적잖이 불편하다. 좁은 좌석, 몸을 구겨야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 기나긴 이동 시간 등등. 장시간 움직임이 없는 데다, 마땅한 휴식 공간조차 없으니 소화마저 여의치 못하다. 기내식이라도 먹고 나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속이 더부룩하다. 내가 장거리 비행을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상운송 수단을 이용할 기회가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대개 짧은 거리였다. 국내 섬 여행을 하는 동안, 해외여행 중 유람선을 잠시 타 본..

최근 들어 5도 2촌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일주일 중 닷새는 도시에서, 주말 이틀은 시골에서 보내는 삶을 일컫는 말이다. 주로 40대를 전후한 맞벌이 부부들에게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생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시에서 살지만, 업무와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길 없어 주말마다 자연 속에서의 삶을 누리다 다시 도시로 복귀하는 생활 방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골에 별도의 주거 시설과 땅이 있어야 한다. 나름대로 지혜로운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현지 사정도 잘 모르면서 이상만으로 무작정 삶의 터전을 옮겼다가 후회하는 사례가 많은데, 생활 기반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연친화적인 삶도 추구할 수 있는 이중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한때는 그런 삶을 꿈꾸기도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접었다.주..

우리가 먹는 외식 먹거리는 시대에 따른 부침이 심한 편이다.한때는 돼지갈비가 대세였다가 삼겹살에 자리를 물려주고, 오리 장작구이 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났다가는 또 사라지고, 언제부터인가는 곱창이, 또는 쌀국수 전문점이, 최근 들어서는 바다 건너온 마라탕이 대세가 되고 있다. 동시대에 유행한 대중가요를 보면 어느 시대의 사람인지를 가늠할 수 있듯, 동시대에 유행한 외식 먹거리를 통해서도 대략적인 세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런 와중에서도 시대를 초월하여 굳건히 명맥을 이어가는 먹거리가 있다. 그중 하나가 치킨이 아닐까. 수명이 길다는 건 그만큼 소비자들의 수요가 식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본래는 재래식 통닭이 모태가 되어 브랜드로 발전한 것인데 적어도 3, 40년은 족히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동안 얼마..

지금과 달리 어릴 때의 나는 키도 작고 몸도 약했다.건강이 여의치 못하면 입도 덩달아 짧게 마련인데, 그 시절 내가 그랬다. 다행히 고등학교 시절부터 급성장을 한 데다, 군대 생활을 통해 몸도 다져지고 해서 이후의 모습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키가 작을 때는 말 못 할 애환이 많았는데,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감사한 일이다.나는 대체로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다.그럼에도 굳이 선택하라고 한다면 육류보다는 해물을 선호한다.누구나 더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음식이 있게 마련이다.그중 유난히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것 중 하나가 홍어가 아닐까 싶다.좋아하는 사람은 더없이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기겁을 한다.아예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한다.나는 전자의 경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