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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점심을 먹으러 어느 해장국집을 찾았다.오며 가며 간판만 봤을 뿐 여태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던 곳이다. 일부 맛집 블로거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있고 해서 경험차 들러보기로 했다.때마침 점심시간이라 방문객들로 붐볐다.테이블에 앉은 손님이 주문을 위해 종업원을 불러보지만, 들었는지 말았는지 통 반응이 없다. 두 번, 세 번을 얘기해도 마찬가지다. 종업원들 사이에서는 주문이 들어갔니, 안 들어갔니, 왜 제대로 응대를 하느니, 안 하느니 목소리가 높아진다. 실내는 점점 장터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보고 있는 나로서도 더없이 혼란스러웠다. 근본적인 원인은 비효율적인 주문 방식에서 비롯되고 있었다.주인이나 종업원이 테이블마다 일일이 주문을 받는 형태로 운영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요즘은 어느 음식점이나 대부..

해외여행 도중 목격했던 이색적인 문화가 뒤늦게 우리 사회에 도입되는 걸 보고 반가웠던 기억이 종종 있다. 그중 하나는 일본 동경 신주쿠에서 보았던 대각선 형태의 횡단보도였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사각 형태만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는데,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나 마침내 우리 사회에도 대각선 횡단보도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른 하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목격했던 송풍기에 의한 낙엽 청소 방식이었다.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오직 빗자루 하나에만 의존했었는데,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나 빗자루 대신 송풍기가 등장하기 시작해 지금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또 다른 이색적인 문화를 목격한 것은 러시아 여행에서였다.아들이 현지에서 유학 생활을 마칠 즈음 온 가족이 러시아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가기 ..

대한민국의 오랜 수도답게 서울은 교통, 문화 등 모든 기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전국 어느 도시를 가 봐도 이만한 곳이 없다. 단점이라면 면적에 비해 인구가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오랜만에 광화문 나들이에 나섰다. 서울시청 건물이다. 왼쪽이 신청사,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구청사이다.이곳을 지날 때마다 매번 같은 의문이 반복되곤 한다. 디자인 도시를 표방하는 서울에서 건물을 지어도 저렇게 지었을까 싶어서다. 신청사는 어느 유명 외국 건축가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 건물 하나만 놓고 본다면 그런대로 봐 줄 만하다. 하지만 앞에 있는 구청사와 함께 보면 부조화도 저런 부조화가 없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미적인 측면에서 볼 때 도무지 후한 점수를 줄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

어느 유명 코미디언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진행자가 물었다. '같이 출발했던 동료들은 자취를 감춘 지 벌써 오래인데,당신은 무려 40년이 넘도록 불미스러운 일 한 번 없이 정상의 자리를지키고 있으니 그 비결이 무엇인가'라고. 그가 말했다.'늘 조심했다. 술을 마셔도 반드시 집 근처에서 마셨다'라고. 정상의 자리에서 은퇴를 선언한 어느 여자 가수는현직에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배불리 먹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대중 앞에 서는 가수로서 한결같은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무너진 모습을 보이는 건 대중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최근 은퇴를 선언한 다른 남자 가수 역시 비슷한 고백을 했다.'내가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는지 아느냐.길을 가다 맛있는 떡볶이나 순대가 있으면 사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제한된 생각의 저변을 확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책을 통해서? 강연을 많이 들으면?독서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이론으로만 머물다 보니 한계가 있다.강연 역시 들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때 잠깐뿐이다. 나의 경우 다른 이들의 삶을 관찰하는 것에서 가장 많은 걸 보고 배우게 된다.그런 까닭인지 방송 역시 전적으로 대본에만 의지하는 것보다는 다른 이들의 삶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KBS의 '동네 한 바퀴'라는 프로그램도 그중 하나이다.서울에 사는 88세의 할머니가 등장했다.동년배의 노인들과는 달리 목소리며, 모습에서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그녀는 7년 전부터 동네에서 작은 라면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나이 여든하나에 시작했다고 한다.생활 형편이 특별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