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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흘러간 옛 노래 중에 '앵두나무 처녀'라는 곡이 있다.한복남 작곡에 김정애라는 가수가 불러 인기를 얻었던 노래이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 물동이 호미 자루 나도 몰라 내던지고 ~말만 들은 서울로 누굴 찾아서 ~ 이쁜이도 금순이도 단봇짐을 쌌다네 ~ ' 이렇듯 대중가요 가사에는 그 시대의 풍경이 담겨 있다.경기도 화성에 있는 우리꽃식물원에 갔던 길에 오랜만에 앵두나무를 발견했다.예전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통 만날 수가 없다. 성장기를 보낸 시골과 청년기부터의 삶이 시작된 도시에서의 경험이 공존하다 보니, 때로는 고향에서의 옛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주변 환경이 자연 그 자체였던 시골에서는 굳이 자연을 찾아 길을 나설 필요가 없었다.하지만 그때는 그것이 얼마..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지역 사진작가협회 회원전을 다녀왔다. 소속 회원은 아니지만, 사진에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서 자연스레 눈길이 가게 마련이다. 친구가 책임자로 있다 보니 때맞춰 관련 소식을 전해주기도 한다. 다른 이들은 어떤 소재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살펴보면 참고가 되기도 한다. 삶을 풍성하게 하고, 생기를 불어넣는 데는 취미만 한 게 없다. 매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생업을 통해 인생의 재미를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로지 몇 시까지 목적지에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으로만 일관하다 보면 쉬이 피로감을 느끼게 되고, 사고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취미란 인생의 휴게소이자 주유소와도 같다. 거기에서 잠시 지친 몸과 마음을 식히고 새로운 연료를 보충하기도 한다. 시간이 있다고, 돈이 많다고 되는 것도..

운전 중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다. 어느 여성이 공개 상담을 신청해 왔다.결혼 14년 차. 슬하에 자녀가 두 명 있다고 했다.남편이 무섭다고 했다. 별일 아닌 사소한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낸단다.화를 내는 정도를 넘어 집안 기물을 부수기도 하고, 때로는 '너도 죽고 나도 죽자'라며 흉기로 위협을 할 때도 있다고. 같은 일이 반복되다 보니 아이들도 아버지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자녀들 앞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이기 싫어 어머니인 여성은 혼자서 삭여왔지만, 아이들은 엄마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분위기를 다 파악했다. 더 이상 그렇게 살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그런 남편이 밖에서는 더없이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배우자를 대하는 모습과 남을 대하는 그것이 판이하다는 것이다. 당장 결단을 내리고는 싶..

KBS 라디오에 'OOO의 라디오쇼'라는 프로그램이 있다.청취율도 높고, 방송 역사도 9년 넘게 이어오고 있으니 제법 오래된 셈이다.안내문에는 분명히 '라디오쇼'라고 적혀 있는데, 진행자는 늘 '뢰디오쇼'라고 말한다.제작진도 알고는 있을 텐데 왜 바로잡지 않는지 궁금하다.들을 때마다 귀에 거슬린다. '뢰디오'란 말은 영어도 아니고, 우리말도 아닌 아예 근거가 없는 말이다.올바른 영어 발음은 '뢰이디오우'에 가깝기 때문이다. 학교 국어시간에 배운 외국어와 외래어의 차이를 되새겨 보자.외국어는 문자 그대로 다른 나라의 말이다.외래어는 본래 우리말은 아니지만, 마땅한 대체어가 없어 우리말처럼 쓰이는 말을 가리킨다.버스, 라디오, 커피, 텔레비전, 피아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커피라는 단어를 한국인끼리의 ..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우리 땅을 내려다보면 온통 아파트밖에 보이지 않는다.세계 어디를 가 봐도 이처럼 아파트가 주거 문화의 대세를 장악한 곳은 없다. 본래 아파트가 탄생한 배경은 제한된 토지에서 최대의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높이 올려 하나라도 더 많은 가구를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는 건설회사의 논리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모여 사는 도시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굳이 건물을 높이 올릴 필요가 없는 지방 소도시에서조차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현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를 두고 어느 부동산 학자는 지역에서 영향력을 가진 지주와 건축업자 간의 담합이 빚어내는 결과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