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4/05 (31)
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일본에서 50년 이상을 변호사로 활동해 온 니시나카 쓰토무의 를 읽었다.출간 당시 일흔넷이었으니 지금은 여든쯤 되었겠다. 책의 요지는 '다퉈서 좋을 일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것이다. 일본의 사법연수원에서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예비 법조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분쟁 처리의 세 가지 방법'을 강조한다고 한다. 1. 대화로 해결하라.2. 재판을 해도 화해로 해결하라.3. 가장 좋은 방법은 재판을 피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사건을 수임해야 수익이 생기는 그들에게 이처럼 재판을 피하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소송을 하게 되면 승소를 하든 패소를 하든 당사자 간에는 지울 수 없는 원한이 남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야기한다.변호사란 직업이 썩 좋은 직업은 아니라고.남의 불행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의사나..

내가 운전면허를 취득한 건 대학교 졸업 후 들어간 첫 직장에 다닐 때였다.그때만 해도 개인 자가용은 일부 부유층만의 전유물이던 시절이라 살면서 자동차를 소유할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선배 직원의 권유에 따라 취득하고 보니 일찌감치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로부터 몇 년 지나지 않아 본격적인 '마이카 시대'가 열리기 시작한 데다, 나 또한 그 즈음에 자동차를 구입했기 때문이다. 한때는 차 한 대만 있어도 대단하다 여겼었는데, 지금은 두세 대 있는 집이 적지 않으니 이런 시대가 올 줄 누가 알았을까? 살면서 경찰서와 법원은 가급적 멀리하려고 하는데 부득이 경찰서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흔히들 경찰서에는 죄를 지은 사람들만 드나드는 줄 알지만 이외에도 하는 일은 많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수사 및 형사 민..

생활 속에서 흔히 쓰는 말인데도 정확한 의미를 잘 모를 때가 있다.나에게는 '해감'이란 말이 그렇다. 요리와는 거리가 멀어서인지 전혀 모르고 살다가 언제부터인가 이 말을 종종 듣게 되었다. 반복해서 듣다 보니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 그중에서도 어패류에 주로 쓴다는 걸 알았다.대충 어떤 뜻일 거라 짐작은 했지만, 어느 날 방송에서 같은 말이 등장하자 제대로 의미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거기에는 '물속에서 흙이나 각종 유기 물질이 썩어서 생기는, 냄새나는 찌꺼기'라고 풀이가 되어 있었다.명사인데 사람들은 왜 '해감하다'라고 말하는 걸까. 그래서 다시 확인해 보았다. 본래는 '해감을 뱉어내게 하다', '해감을 토하게 하다'라는 식으로 표현해야 맞는데, 그것이 실생활에서..

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삶의 여유가 생기면서, 사람끼리의 접촉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한때는 '애완'이라 부르다가, 최근에는 '반려'라는 이름으로 격상이 되었다.애호가들에게는 단순히 동물 차원을 넘어 '가족의 일원'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나는 어릴 적부터 동물과 친하지 못하다.낯선 개나 고양이가 가까이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긴장부터 하게 된다.어쩌다 동물을 기르는 집에 가면 녀석들이 신경 쓰여 마음이 편치를 못하다.동물을 좋아하면 좋아하는 대로, 싫어하면 싫어하는 대로 저마다의 타고난 성향이니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인정하면 될 일이다.안타까운 건 동물을 기르는 이들이 많아진 것에 비례하여함부로 버려지는 동물들의 숫자가 그만큼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책임지지 못할 거면 애..

요즘엔 핵가족 시대가 되어 직계 가족이 아니면 일 년 가야 얼굴 한번 보기가 어렵다.아이들 어릴 때만 해도 사촌 간에도 왕래가 잦았는데, 이제는 경조사가 아니면 만날 기회가 없을 만큼 현실적인 거리는 멀어졌다. 대체로 아들이 많은 집안은 무뚝뚝한 편이고, 딸이 많은 집안은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살가운 경우가 많다. 내 처가에는 딸이 많아 형제간 우애가 좋은 편이다. 결혼 초창기만 해도 맏이인 우리 집에서 종종 모이곤 했었는데,아무래도 집을 이용하다 보니 음식 준비나, 공간 등 여러 가지로 부담이 많았다. 모임을 하나 만들기로 하고 조카들에게 이름을 공모했다.기성세대보다는 젊은이들의 머리가 좀 더 반짝일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그 결과 채택된 이름이 '산타패'. 당시 고등학교에 다니던 조카의 제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