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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가까이 있으면 쉽게 볼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 멀리 있다고 잘 보지 못할 것 같지만 또 그렇지 않다. 가까이 있어도 관심이 없거나 애써 발품을 팔지 않으면 모른 채 살아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멀리 있어도 관심만 있다면 현지 주민보다 더 자주 찾는 경우 역시 흔한 일이다. 경기도 안산시는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깝긴 해도 어쩌다 차를 타고 지나칠 뿐 지금껏 특별한 볼일이 있어 방문할 기회는 별로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곳에 관해서는 남들이 아는 정도 이외에는 딱히 내세울 만한 지식이 없었다. 최근 모 블친님 블로그를 통해 안산에 화랑유원지가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사진을 보니 호수도 있고, 공간도 제법 넓어 보여 조만간 한번 들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먹으면 망설이기보다..
알고 보면 글도, 사진도 모두 호기심의 산물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만나는 것들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관찰해 보면, 미처 모르고 지나쳤던 환희와 경이로움을 발견하게 된다. 비가 그치고 난 뒤 나뭇잎에 맺힌 일련의 물방울을 통해 자연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예술의 세계를 만났다(스마트폰 촬영). 겨울이면 다른 계절에 비해 볼 거리도, 찍을 거리도 현저히 줄어들지만, 가만히 눈을 씻고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도 이 계절에만 만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이즈음이면 단풍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시기. 멀리 가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단풍 하나만을 위해 아까운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싶지 않다. 더 멀리 간다고 해서 보다 나은 풍경을 만난다는 보장도 없는 데다, 마음만 있다면 가까운 동네에서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단풍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같은 목적으로 먼 길을 나서곤 했던 때가 있었지만, 사람에 치이고 차에 치이다 보면 단풍은커녕 괜한 스트레스만 안고 돌아왔던 경험이 적지 않았다. 그런 것들이 산 교훈이 되어 더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런 걸 보면 우리가 인생에서 경험하는 것들은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헛된 건 없다. 그 과정들을 통해 무언가는 하나라도 배우고 깨닫는 게 있기 때문이다. 여기..
고향에 다녀왔다. 추석 때 찾아 뵙지 못한 부모님께 문안을 드리기 위함이었다. 산소 앞에 엎드려 그 동안 있었던 집안 소식들을 전해드렸다. 부모 자식 간이라고 어찌 다 좋은 일들만 있었을까? 살아 계실 때는 나대로 서운한 것들이 없지 않았는데, 세월이 흐르고 보니 대부분 희석이 되고 있다. 부모님 산소가 있는 마을은 우리 문중의 오랜 집성촌이다. 옛 자취가 그대로 남아 있어 종종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활용되고 있다. 더 이상 나를 반겨주는 이는 아무도 없지만, 고향에 내려갈 때면 내가 나고 자란 마을을 한 번씩 둘러보게 된다. 이곳에서 만 18년의 시간을 보낸 뒤 나는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골목 어귀에 서면 지난 시절이 한 편의 파노라마처럼 스쳐가곤 ..
경기도 수원에서 몇 년을 산 적이 있었다.학교가 있던 서울까지 편도 한 시간 반이나 넘게 걸려 통학을 하던 시절이었다.요즘 지방에서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으로 유학을 오는 학생들은별도로 거처를 구해 자취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그러다 보니 등록금이나 용돈 이외 주거 비용까지 합치면 이만저만 돈이 많이 드는 게 아니다. 별도의 용돈 벌이 없이 부모의 지원에만 의존해서는 대학을 다니기조차 어려울 정도이다.요즘과 달리 예전에는 무슨 작은 연고만 있어도 염치 불고하고 의탁을 하는 경우가 일상적인 풍경이었다.나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학교와는 꽤나 거리가 먼 수원에서 살았던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당시에는 그것을 당연한 듯 여겼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더없이 미안한 일이다. 아무튼 그때의 기억 덕분에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