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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내 새끼 먹이지 못할 것이라면 만들지 않을 것이며, 매일 신선하게 만들지 않을 바엔 문을 열지 않겠습니다. 맛에 자신 없어 부끄러울 바엔 영업하지 않겠습니다.' 수원 병점 어느 식당에서 만난 강렬한 문구. 저런 자신감과 자부심이라면 주인과 손님 모두 서로에 대한 믿음이 절로 싹트지 않을까?
여기는 대구광역시에 소재한 경북대학교 캠퍼스.내가 다녀본 대한민국의 대학 캠퍼스 중 넓이에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운 곳.혜화동에 있던 서울대학교가 늘어나는 학생들을 감당하지 못해 관악산 기슭으로 옮겨간 지 오래건만, 갈수록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것과는 달리, 여유를 갖고 돌아보자면 하루 종일을 할애해야 비로소 가능한 곳. 대구에 내려갈 때면 종종 들르곤 하는 곳이다.고등학교 시절, 아버지께 저기를 가보고 싶다고 했다가'감히 네가 저기를 간다고?' 라며 핀잔을 들었던 곳.그 당시 당신에게는 그곳이대한민국의 수재들만 가는 '서울대학교'쯤으로 여겨졌으리라.다행인지 불행인지 나와는 인연이 없었다.어린 시절 내가 살던 시골에는 영화관이 두 곳 있었다.아이들 혼자 가는 경우는 없었고, 어쩌다 학교에서 '문..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잠깐 다니기는 했지만, 이렇다 할 추억은 별로 없다.그때는 놀 줄도 몰랐고, 그렇다고 공부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도 못했다.성당동 자취방에서 35번 버스를 타고 자갈마당을 지나 칠성동 학교를 오간 기억밖에는. 몇 년 전, 그집이 아직도 남아 있는지 궁금해 일부러 찾아간 적이 있었다.기대는 별로 안 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놀라운 것은 그 시절이 언제인데, 당시 자취를 했던 바로 그집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얼마나 반갑고 신기하던지 하마터면 초인종을 누를 뻔했다.이후 외관상으로 많은 변화가 오기는 했지만 이따금씩 대구에 내려가면 새롭다.지난 시절에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애써 발품을 팔아가며 돌아보곤 한다.친구네 혼사가 있어 내려갔던 길에 묵게 된 숙소가 수성못 근..
내 고향은 예로부터 '삼백(三白)의 고장'이라 일컬어진다. 이른바 쌀과 누에고치, 곶감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그 중에서도 곶감은 전국 생산량의 6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감은 삶의 일부였다. 집집마다 감나무 한두 그루 없는 집이 없을 정도이다. 타지 사람들에게 감을 선물하면 더없이 좋아하지만 고향 출신 인사들에게 감은 좀처럼 대접을 받지 못한다. 대접은커녕 주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받는 이의 표정이 심드렁하다. 그래서 고향 사람들끼리 감을 주고받는 경우는 드물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가을의 대표적인 색깔은 대체로 은행나무 아니면 단풍나무에서 만들어진다. 단풍나무가 따로 있긴 하지만 '가을에 나뭇잎의 색상이 변하는 현상'을 총칭하여 단풍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해마다 이..
해마다 이맘때, 한창 열정이 넘칠 때는 단풍 구경을 한답시고 설악산으로, 오대산으로, 치악산으로 치닫곤 했다. 그런데 웬걸, 단풍은 둘째치고 인파에 치이는 일이 잦았다. 심할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앞사람 꽁무니만 보고 산을 올라야 하는 때도 적지 않았다. 회의가 시작되었다. 꼭 멀리 가야만 단풍을 볼 수 있을까. 내 집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 그때부터 단풍을 구경한다는 명목만으로 먼 산을 찾지 않았다. 산책 삼아 오르는 동네 뒷산이 가을 감상에는 한결 효율적이었다. 대체로 비가 많이 내려 햇빛을 제대로 쐬지 못한 해는 단풍의 빛깔이 곱지 않다. 곱기는커녕 그냥 말라서 비틀어지는 경우가 많다. 올해는 유난히 비가 잦았음에도 단풍 빛깔이 고운 편이다. 위 사진은 내가 자주 찾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