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자본주의의 그늘 본문
이른 아침 출근길 신호등 앞에서 이따금씩 조우하는 여인.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시각이어서 차창 밖으로 어렴풋이 형체만 보일 뿐이지만, 나이가 꽤 있어 보인다. 밤새 모아 놓은 폐지를 실은 수레를 끌고 인근 고물상으로 향하는 길인 듯하다. 저렇게 한 번 싣고 가면 손에 쥐는 돈이 얼마나 될까?
폐지를 줍는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나이 든 이들이라는 것과 경제적으로 노후 대비가 전혀 안 된 이들이라는 점이다. 한 푼이라도 벌어보겠다는 일념으로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여 보지만 몸만 고될 뿐 수입다운 수입을 기대하기란 언감생심.
다들 저마다의 사정들이 있을 것이다. 한때는 여유로웠지만 뜻하지 않은 사업 실패나 보증 문제로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거나, 자식이 있어도 도와줄 형편이 못 되거나, 있더라도 재산 문제 등으로 등을 돌렸거나, 그것도 아니면 주위에 아예 기댈 언덕조차 없는 사고무친四顧無親이거나.. 불편한 노구를 이끌고 폐지를 줍는 이들을 보면 말할 수 없이 마음이 무겁다. 인생을 한창 즐겨도 모자랄 판에 하루하루 입에 풀칠을 걱정해야 하는 저들의 심경이 어떠할까?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 한다고 했던가. 자본주의의 장점이 자신이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는 거라지만, 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빈부의 격차는 점점 커져만 간다. 있는 이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돈이 많고, 없는 이들은 당장 한 끼를 걱정해야 할 만큼 어렵다. 자본주의가 풀어야 할 과제이자 그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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