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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술에 관한 한 나는 우리 집에서 돌연변이에 가깝다.돌아가신 선친도, 형제들도 선천적으로 알코올 분해가 안 되는 체질이어서 어쩌다 한 잔이라도 마시고 나면 이내 취침 모드에 돌입한다. 대개 술을 처음 접하는 시기가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들어갈 때쯤인데, 그 당시 친구들과 한두 잔을 마시고 나면 나 역시 후유증이 심해 술과는 인연이 없을 줄 알았다. 다행히 군대를 다녀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내성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남들과 어울릴 정도는 된다. 술에 관한 나의 신조는 기분 좋게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술자리에서 주고받는 대화 역시 머리 아프거나 심각한 내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가급적 칭찬해 주고 응원해 주는 분위기가 이어져야 한다.감정 표출을 목적으로 술을 마시게..

나는 예전부터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하는 편이었다.아니, 그러기 전에 나 자신이 먼저 기억하려고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누구를 만나 아무런 호칭 없이 인사만 건네다 보면 쉬이 가까워지기가 어렵다.그래서 처음 만나는 사이라도 되도록 이름을 불러주려 노력한다.그럴 때면 상대방의 표정도 한결 밝아짐을 느낄 수 있다.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기억하고 인정해 준다는 것에 반색하기 마련이다. 어느 시점까지만 해도 몇 년이 지난 뒤 다시 만나더라도 금세 상대방의 이름이 생각나곤 했었다.최근 들어 그런 나의 '총명함'이 시나브로 무너지고 있음을 느낀다. 선배 혼사가 있어 오랜만에 학교 동문들을 만났다.한때 동창회 주요 보직을 맡고 있었던 터라 남들보다는 동문들에 관해 비교적 잘 알고 있었다. 시간이 꽤 흘렀어도 기존..

기타는 나의 오랜 꿈이었다.살면서 적어도 악기 하나쯤은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오랜 지론이기도 했다.어릴 때부터 익힌 하모니카가 있긴 했지만, 거기에 김광석처럼 기타와 하모니카를 동시에 연주하고 싶었다. 하지만 늘 바람으로만 존재할 뿐 오랫동안 실천에 옮기지를 못했다.이런저런 핑계를 댔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언제까지 망설이기만 하다간 평생의 한이 될 것 같았다.마침내 오십 중반의 나이에 결단을 내렸다.늦었지만 한 번 도전해 보겠노라고. 숱한 고비가 있었지만 그런대로 잘 극복했다.지나고 보니 그 고비는 다름 아닌 실력이 느는 순간이었다.그것을 잘 견디면 다음 단계로 진입하고, 그렇지 못하면 거기에서 멈추고 만다. 초기에 강사는 나더러 매번 힘을 빼라고 주문했다.시범을 보이는..

이따금씩 보게 되는 방송에서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타인들의 삶을 제3자의 시각으로 관찰하는 내용이다. 나와 다른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새롭게 깨닫기도 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의 큰 틀 역시 세상살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지금은 방송에서 볼 수 없는 한 연기자의 이야기가 등장했다.올해 여든에 접어든 그는 한때 사극에서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맹활약했던 인물이다.문외한이었던 내가 봐도 당시 극 중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단연 돋보였다. 그는 또 다른 이력으로도 유명한 인물이었다. 연기자들은 배역에 따라 수입이 들쭉날쭉하다 보니 별도의 안정적인 경제 기반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그는 90년대 초부터 여의도에서 유명한 고깃집을 ..

나는 어디 조문을 가거나 결혼식에 참석을 하게 되면 해당 볼일만 보고 돌아오지 않는다.특히 행사장이 집에서 먼 다른 도시일 경우는 더 그렇다. 멀리까지 시간과 돈을 들여 갔는데, 단순히 목적만 완수하고 돌아오기에는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여행의 일환이라 생각하고 가급적 현지의 몇 곳을 둘러보고 오곤 한다.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는데, 사진과 여행의 재미를 알고 나서부터 생긴 습관이다.운동을 위한 운동을 하기보다는 생활 전반을 운동화(化) 하고, 여행을 위한 여행을 하기보다는 인생 전반을 여행화(化) 하다 보면일부러 운동을 하거나 여행을 하지 않아도 삶 자체가 곧 운동이요, 여행일뿐더러,그로부터 얻게 되는 희열이 예사롭지 않다. 지인의 혼사가 서울 잠실 모처에서 있었다.행사 후 어디를 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