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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아마 초등학교 2, 3학년 무렵이었을 것이다.그날이 수업이 끝난 후 분단마다 돌아가며 맡는 교실 청소 당번이었던 것 같다.청소를 다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담임 선생님을 포함한 같은 학년 선생님 몇 분이서 교실 뒤 자리에 앉아 학교 인근 식당에서 배달 시킨 라면을 들고 계셨다.더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라면을 후룩후룩 소리를 내며 드시는데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모른다(집에 손님이 오면 라면을 대접하던 시절이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학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했었다.오후 수업까지 있던 때여서 매일같이 도시락을 싸서 다녀야만 했다.요즘처럼 제대로 된 용기가 없어 보온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꿨고,반찬통 역시 밀폐 기능이 없다 보니 김치처럼 수분이 있는 반찬을 넣으면 방향을 아무리 바로잡은들 흔들릴 때..

통상적으로 더운 여름에 결혼식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혼주 입장에서나 하객 입장에서나 여러모로 불편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복장이다. 덥다고 아무렇게나 입을 수도 없고, 남의 경사에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특히 요즘 같은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환경이면 더더욱 고역이다. 8월 들어 청첩장이 세 군데서나 날아왔다.모두 가까운 지인들이라 축의금만 보낼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나만 그런가 싶었더니, 주변에 보니 의외로 결혼식이 많았다. 8월이 결혼하기에 좋은 운이 깃든 까닭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그것도 아니면 예식장을 예약하려면 적어도 1년 전부터 서둘러야 하는데 여름철이라 비수기여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친구 딸의 결혼식이 있었다.요즘엔 아예 결혼을 안 하는 경우도 많고, 간다고 해도..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노량진(鷺梁津)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본래 배가 드나드는 나루터였다.우리나라 지명 중 진(津)이 들어가는 곳은 모두 같은 유래를 지니고 있다고 보면 된다.오늘날처럼 다리가 없던 조선시대에는 서울과 과천, 시흥 등을 연결하는 주요 간선로 중 하나였다고 한다. 현대로 넘어오면서 노량진은 또 다른 이유로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그중 하나가 전국의 수많은 입시생이나 재수생, 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학원의 성지'였기 때문이다. 일찍이 '대한민국의 모든 학원은 노량진으로 통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기를 거치지 않은 수험생이 없을 정도이다.최근 들어 인구 감소, 교육 환경 등의 변화로 경기가 예전 같지 않은 모양이다. 또 다른 하나는 노량진수산시장이다..

문명이 첨단을 달리고 있는 오늘날에는 전쟁이란 말이 더 이상 교과서에서나 접할 수 있는 단어일 것 같지만, 지금 이 시각에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국가 간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2년 반이나 계속되고 있고,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 역시 벌써 1년 가까이나 이어지고 있다. 원인이야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내 것을 더 차지하거나 채우려는 데서 비롯된다.적자생존, 약육강식의 논리는 인간만이 아닌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른 모든 생명체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생생한 그 현장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휴일 아침 산책길에 나섰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하지만, 운동 후 샤워라도 하고 나면 한결 몸이 가뿐하다. 길을 걷고 있는데 바로 앞 땅바닥에서 ..

흔히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현상을 '다락같이 오른다'라고 표현한다.장사하는 이들 얘길 들어보면 소비 경기가 요즘처럼 나쁠 수가 없다고 한다.재룟값이 오르니 당연히 판매가를 올려야 하지만, 버티다 버티다 어쩔 수 없이 올리고 나니 소비자는 발길을 끊고,식구들 밥줄이 걸린 일인데 함부로 문을 닫을 수도 없고 진퇴양난이다. 우리네 오랜 먹거리 중 대표적인 것 하나를 꼽으라면 김밥을 들 수 있다.나 어릴 때는 학교 소풍 또는 운동회 때나 먹을 수 있는 고급 음식에 속했는데, 지금은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시대를 넘어 수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니 새로운 브랜드도 끊임없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김밥은 식사용이라기보다는 간식에 더 가깝다.제때 끼니를 챙기지 못했을 경우 잠시 허기를 달래기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