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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선배 아들의 결혼식에 다녀왔다.평소에 이런저런 활동이 많은 분이라 방문객이 꽤 많았다.과거보다는 대폭 줄였다는데도, 그동안 쌓아 놓은 인맥 덕분인지 여전히 넘쳐났다. 결혼식마다 개성 넘치는 저마다의 풍경을 관찰하는 재미도 쏠쏠하다.여기서는 가장 먼저 양가 혼주 내외가 각각 손을 잡고 입장했다.그런 연후에 다 함께 무대에 서서 참석한 하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이런 형식은 처음 보는 광경인데 참 보기가 좋았다. 신부 아버지는 다시 빠져나와 딸의 손을 잡고 입장을 한다.주례가 없는 것은 물론이요, 그 흔한 혼주의 덕담 순서도 없이 신랑이 신부에게 전하는 말로 대신한다.이어서 선배와 친분이 있는 유명 가수와 신랑의 축가가 더해지며 막을 내린다. 예전에는 어른들이 나서서 결혼식 전반을 주도한 반면,최근 들..

강남에서 지인의 혼사가 있어 가는 중이었다. 서울의 지하철, 그중에서도 2호선은 워낙 많이 이용했던 터라 대부분의 역 이름은 익숙한 편이다. 목적지인 잠실역을 한 정거장 앞두고 열차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번 정차역은 잠실새내, 잠실새내역입니다'. 잠실새내? .. 그런 역이 있었다고? 2호선을 타고 잠실 부근을 다녀간 지가 제법 되기는 했지만, 그 사이 새로운 역 이름이 생긴 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알고 보니 종전에 있던 '신천(新川)'역이 바뀐 것이었다. 신천(新川)의 순우리말이 새내이니, 외양만 다를 뿐 같은 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와닿는 느낌은 전혀 달랐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평촌(坪村)이라는 지하철역이 있다. 처음 생길 당시에는 벌말역으로, '벌말'은 '허허벌판'이라는 뜻을 지닌 순우리..

사위가 모임이 있어 늦다며 딸이 퇴근길에 손녀와 함께 친정에 들러 저녁을 먹겠노라고 했다.지난 3월부터 직장 어린이집 등원을 시작한 손녀는 적응기를 거쳐 지금은 새로운 환경에 완전히 정착을 했다.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느낌을 뭐라 표현할 길 없다.내 아이들 키울 때는 미처 몰랐던 재미를 손녀를 통해 비로소 알아가는 요즘이다.집에 들렀을 때까지만 해도 잘 놀던 녀석이 저녁을 먹다 말고 명치 쪽을 가리키며 아프다는 시늉을 한다.어린이집 세면대에 약간 부딪혔다는 교사의 설명이 있었다는데, 담당 간호사 말로는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식사 후 목욕을 하고 나서부터 갑자기 같은 쪽을 가리키며 울기 시작한다.울음소리는 갈수록 커졌고 도무지 그칠 기미가 없다. 무언가 불편한 듯한데 ..

얼마 전 친구네 결혼식에서 만난 한 친구가 다른 일행과 밥을 먹으면서 그랬다.'OO는 참 재주가 많은 친구라고. 사진도 잘 찍지, 기타도 잘 치지, 그림까지 잘 그린다'고. '우리 같은 사람은 일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부럽다'라고. 부인들까지 다 있는 자리에서 한편으로 고맙기도 했지만, 부끄럽기도 했다.친구가 말한 것들 중 조금씩 흉내 정도만 낼 뿐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남들 눈에는 대단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흔히들 취미 수준으로 즐기면서 프로처럼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프로는 말 그대로 직업이다. 일정한 보수를 받고 자신의 재능을 파는 것이다.돈을 받는다는 건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무가 필수적으로 수반된다.제대로 된..

우리가 나이가 든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건 육체의 노화일 것이다. 그건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고, 막을 수도 없다.다른 사람은 다 죽어도 자신만은 천년만년 살 것 같지만, 누구에게나 마지막 순간은 찾아온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죽음으로 가는 열차에 탑승한 것과 다름없다.그것을 애써 거부하고 밀어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을 때 오히려 더 편하다. 혹자는 닥치지도 않은 죽음을 미리부터 얘기하면 부정 탄다며 싫어하기도 하는데,전문가들에 따르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은 달라진다고 한다. 육체의 노화를 제외하면 나이듦의 가장 직접적인 신호는 호기심의 상실일 것이다.그때가 되면 특별히 가고 싶은 곳도, 먹고 싶은 것도 없고,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