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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부모님 다 떠나시고 나니 딱히 고향에 내려갈 일이 별로 없다.설령 가더라도 반기는 이 하나 없으니 허허로운 심경은 떠도는 길손이나 마찬가지다.그래도 내가 나고 자란 고향집 하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더없는 위안이 된다. 오랜만에 고향집을 찾았다.내가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 머물던 곳이다.우리 형제들 모두가 같은 집에서 나고 자랐고, 그들 역시 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일찍이 선친은 유복자로 태어나셨다.당신이 세상의 빛을 보기 한 달 전, 조부께서는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불의의 사고로 영영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나셨다.당장 한 끼를 걱정해야 하는 가난한 홀어머니 밑에서 말 못 할 고생이 이어졌다. 어렵사리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친 후,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푼돈이 모일 때마다 한 ..

오랜만에 지인의 사무실을 찾았다. 내가 퇴직을 하던 해 마지막으로 만났으니 실로 몇 년 만이다. 그럼에도 마치 어제 만난 듯 자연스럽다. 어쩌다 두 사람이 만나면 서너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아무에게나 말할 수 없는 집안 얘기부터 사는 얘기, 심지어 회사 얘기까지 온갖 주제를 망라한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서로 간에 구축된 남다른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Out of sight, out of mind.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마저 멀어진다는 영어 속담은 적어도 그와 나 사이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와 나는 같은 직장 동료로 처음 만났다. 나는 해외업무를 맡고 있었고, 그는 서비스 담당자였다. 얼마 후 그는 직장을 떠났고, 한동안 또 다른 조직에서 몸을 담고 있다가 그로부터 또 얼마의 시간이..

많은 이들이 본인이 살고 있는 동네나 나라는 언제든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외지나 외국만을 열심히 더듬는 경우가 많다. 그냥 살고 있을 뿐, 누군가 자신이 사는 동네나 나라에 관해 설명하라고 하면 마땅히 설명할 게 없다. 관심이 없으니 특별히 아는 게 없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우리네 적지 않은 이웃들의 현실이다. 나라고 예외일까? 그나마 다행인 건 시간이 자유로워진 요즘 평소 궁금하거나 못 가 본 장소를 뒤늦게 하나씩 찾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차를 타고 경수산업도로를 숱하게 오가면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 정상 부근 절인 듯 보이는 한 건물의 정체가 늘 궁금했다. 이따금씩 길가 계단 진입로를 통해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 모습도 보였다.분명 길은 어디로든 나있는 것 같았고, 언제쯤 직..

다소 이색적인 삶을 살고 있는 어느 커플의 이야기를 읽었다.프랑스로 요리 유학을 떠난 한국 여자가 현지에서 구급대원인 프랑스 남자와 만나 집 대신 밴을 집 삼아 몰고 다니며 산다는 내용이다. 수입은 빠듯한데 집세와 물가가 살인적인 나라에서 살려고 보니 도저히 답은 나오지 않고, 언제까지 이렇게 쫓기며 사는 인생이 과연 행복할까,라는 의문에서 비롯되었다. 꼭 집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생각을 조금 바꿔보면 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책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있다.바로 캠핑카에 관한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도 레저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캠핑 관련 장비도 갈수록 고급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나만의 이동 숙소를 마련하려는 이들이 많아진 것도 그중 하나다. 인터넷에 보면 일반적인 캠핑카 가..

개인적으로 환경에 관심이 많다.특별하거나 대단한 무엇이라기보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생활화할 뿐이다.어딜 가든 내가 만든 쓰레기는 내가 책임진다는 것. 분리배출의 경우 종이 상자는 테이프를 제거한 후 펴서 버리고, 플라스틱 용기는 내용물을 비운 후 깨끗이 씻어서 버린다. 대충 그 정도이다. 가장 안타까울 때는 아무 데나 함부로 쓰레기가 버려져 있을 때다.다 함께 즐기는 공원에 먹다 남은 술병이나 음료 용기 등을 그대로 버리고 가거나, 바로 옆에 쓰레기통이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버린다. 건물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라고 예외가 아니다. 산이나 개울, 하천, 바닷가도 마찬가지다. 더 심한 경우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으슥한 곳에 집에서 쓰던 소파나 가구 등을 차에다 실어 내다 버리는 이들도 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