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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정치에 관심이 있건 그렇지 않건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이상 정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법을 만들고, 그것을 제정하는 주체인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유권자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국회의사당은 서울 여의도에 있다. 그동안 주변을 맴돌기만 했을 뿐, 제대로 내부를 살펴본 적은 없었다. 지인들과의 모임을 앞두고 답사를 겸해 난생처음으로 국회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의 국회의사당 건물이 완공된 것이 1975년이라고 하니 생각보다 꽤 오랜 역사를 지닌 셈이다. 2023년 기준 직원 수는 3,481명, 국회의원 300명까지 포함하면 한 해 국회에 들어가는 정부 예산만 해도 엄청난 규모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마침 내가 방문한 날이 제22대 국회 개원일이라 개원식을 마친 국..

대학 졸업 후 들어간 첫 직장에는 직원 식당이 있었다.직장인들의 고민 중 하나가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인데, 담당 영양사가 일주일 치 식단을 짜서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그런 일로 머리 아파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시중 음식점보다 가격이 저렴해 여러모로 이점이 많았다.그럼에도 안에서 먹는 회사 밥이 지겨워 바깥에 나가 외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그러고 나면 같은 밥인데도 한결 기분이 새로웠다. 이와 반대로 늘 매식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바깥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소화해야 하는 영업사원들이 그렇다. 그들은 오히려 식당 밥이 지겹다며 누군가 차려주는 집밥을 그리워한다. 또 다른 부류도 있다. 매일처럼 집에서만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이들은 바깥에서 매식을 하는 이들을 한없이 부러워한다. 얼마나 좋..

어느 장소에서나, 어느 주제에 대해서나 할 말을 다하는 자는 불행한 자이니, 말하고 싶을 때마다 세 번을 더 깊이 들어라. - 구본형의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중에서 - 현직 시절 동료 중 한 사람은 모르는 것이 없었다.여럿이 모여 대화를 하다 보면 어떤 화제가 등장하든 예외 없이 본인의 목소리를 드높이곤 했었다.정말로 그는 다방면에 걸쳐 남들보다 지식이 풍부해서 그랬던 걸까? 세상에 무엇이든 다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아는 것만 알 뿐이다. 나 또한 일부만 제한적으로 알 뿐, 모르는 것이 더 많다.모르면 모른다고 말한다. 모르는 걸 아는 척한 적도 없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그것을 자인하는 순간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모르면서 아는 척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