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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혼자 노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항상 남에게 의존하게 되고, 남에게 함께 놀자고 손을 내밀었다가 거부당하기라도 하면 스스로 위축되거나 남을 원망하게 된다. 혼자 놀 줄 안다는 건 외로움을 즐길 줄 안다는 뜻이다. 외로움을 즐길 수 있다면 남에게 섭섭함 따위를 느낄 겨를이 없다. 섭섭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늘 여유로워 보여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러니 혼자 잘 노는 사람이 곧 여럿과 잘 어울릴 줄 아는 사람이다. 특히 나이 들어가면서 혼자 놀 줄 모르면 공연히 주위 사람을 괴롭히게 된다. - 박혜란의 '다시 나이듦에 대하여' 중에서 - 더러 책을 읽다가 마치 내 생각을 대변하기라도 하는 듯한 글귀를 만나면 반갑다. 그런 글들은 따로 메모를 해두기도 한다.박혜란 작가는 여성학자이자 가수 이적 씨의 어..

이따금씩 종교의 색깔이 가미된 결혼식에 참석할 경우가 있다.특별한 종교가 없는 나로서는 해당 종교 의식에 관한 사전 지식이 없어 그저 하객의 일원으로만 참석할 뿐이다. 아주 오래 전 같은 직장 동료 결혼식이 성당에서 있었다.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린 딸을 데리고 갔었다.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러 우연히 딸의 일기장을 보게 되었다. '아빠 회사 직원 결혼식에 갔다. 사람이 참 많았다. 그런데 너무 자주 일어나라, 앉아라 해서 나는 싫었다. 성당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녀석의 일기장을 보고 혼자서 많이 웃었던 기억이 있다. 이종 조카의 결혼식이 서울 명동성당에서 있었다.미국 유학 중 현지에서 만나 사랑을 꽃피우다가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다. 여태 다닌 성당 결혼식 중 예식 시간이 가..

요즘 장사하는 이들 얘기를 들어보면 참 어렵다고 한다.잘 되는 집이야 경기와 상관없이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그건 일부 극소수의 얘기일 뿐 전반적인 소비 경기는 자못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그것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사례가 있다.최근 누군가로부터 소주 한 병에 2,500원을 받는 업소가 생겼다고 들었다.믿기지도 않았지만, 설령 그렇다 한들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문제일 거라 생각했다. 대부분의 영업장에서 받는 소줏값이 5~6,000원이 된 지 오래다.음식점에서 술값만큼 마진율이 좋은 건 없다.가공 과정 없이 오직 위치 이동 개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다 소문으로만 듣던 현장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다.소주, 맥주가 2,500원.. 풍문이 아닌 사실이었다.이 동네 저 동..

습관처럼 가방에는 늘 카메라를 휴대하고 다닌다.언제 어디서 내 눈을 끌어당기는 장면과 맞닥뜨릴지 모르기 때문이다.아무리 좋은 피사체가 나타나도 장비가 없으면 그림의 떡. 어떤 때는 사진만을 목적으로 길을 나설 때도 있다.나선다고 반드시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빈손으로 돌아올 때가 더 많다. 내가 추구하는 사진은 서민들의 삶이 담긴 풍경이다. 인위적으로 대상을 연출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나만의 시각으로 담는다.하지만 참 어렵다. 갈수록 점점 더 그렇다. 우선 내가 찾는 풍경을 만나기가 쉽지 않고,설령 만나더라도 이것저것 피하거나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두루 다 감안하자니 범위는 그만큼 제한적일 수밖에. 사진은 철저히 뺄셈의 예술이기도 하다.프레임에 너무 많은 것을 넣기보다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말이 있다.앞으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니까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여러 경험을 쌓다 보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거란 뜻이리라.그렇다고 굳이 안 해도 될 고생을 일부러 사서까지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젊을 때야 다시 일어설 희망이라도 있다지만, 나이가 들어 넘어지면 문제는 심각해진다.형제들한테, 친척들한테 손을 벌린다고? 불가능한 일이다. 핏줄을 생각해 마냥 뿌리칠 수는 없어 얼마 정도 시늉이야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들 제 식구 건사하기도 바쁜데 누가 누굴 도와준단 말인가? 세상에는 잘나가는 사람도 많지만, 도중에 무너지는 사람도 많다. 삶이 순탄할 때 자신이 탄 배가 설마 암초에 부딪힐 거라고 생각한 이들이 있을까?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