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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휴일을 맞아 오랜만에 산을 찾았다. 한참 길을 걷고 있는데 어딘지 느낌이 이상했다. 아무래도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닌 것 같았다. 지나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반대 방향이라고 했다. 길을 잘못 든 것이었다. 꽤 멀리까지 왔는데 할 수 없이 오던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이 사람 대뜸 반말이다. 정확히 가늠할 순 없지만 나보다 대략 7~10세쯤 많아 보였다. 그렇다고 어린아이도 아니고, 젊은이도 아닌 사람에게 반말이라니. 모자를 쓰긴 했지만, 아예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 말을 놓다가 높이다가 하는 것도 아닌, 한결같이 놓고 있었다. 이따금씩 동년배에 비해 젊어 보인다는 얘기를 들을 때가 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얼굴에 앉은 세월의 흔적을 지울 수는 없었다. 따질 수도 없고, 돌아서면서도 내내 기..

바야흐로 여행이 일상인 시대가 되었다.다들 생업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한다.세상이 그만큼 여유로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떠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한 번도 떠나는 연습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예행연습을 거치지 않고 저절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옷도 입어본 사람이 입을 줄 알고, 음식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알고,노는 것도 놀아본 사람만이 놀 줄 알듯이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여행은 떠남 자체도 즐겁지만,계획을 수립하는 그 순간부터 본격적인 여행은 시작된다.어쩌면 여행을 앞두고 일정을 짜는 과정이 자동차나 비행기에 오르는 실제보다 더 설레는지 모른다. 자신의 직업을 통해 재미를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의지와는 상관없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삶이 지루하다고 느낄 때,무언가 일상의 변..

6월 한 달간 지역 관광 활성화의 일환으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및 전국 지자체와 관광업계가 함께 추진하는 '여행 가는 달' 행사가 실시되고 있다. 여기에는 교통, 숙박 등에 대폭적인 할인 혜택이 주어지고 있어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나는 이 중에서 기차 여행을 한두 차례 계획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노선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중 하나가 남도해양열차(S-train)인데, 서울을 출발하여 영등포-수원-천안-서대전-논산-익산-전주-임실-남원-곡성-구례구-순천-여천을 거쳐 여수엑스포역까지 운행하는 기차다. 기존의 무궁화호 열차를 개조하여 새마을호 특실 등급 수준으로 운행하는데, 일반 열차에 비해 정차역이 많지 않아 운행 시간이 대폭 단축되는 장점을 ..

무릇 인간의 감정은 시각적인 것으로부터 출발한다.우선 보이는 것에서 좋고 싫음이 갈리고, 실체에 대한 판단은 그다음이다.외관에서 상대를 끌어들이지 못하면,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시각적인 것에서 성공했다고 결과 역시 그와 일치한다는 보장은 없다.보이는 것과 실체는 별개이기에, 최종적인 판단은 직접 겪어봐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도, 직업도, 물건도, 다른 세상사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매일처럼 생존을 위해, 혹은 즐기기 위해 먹는 음식이라고 예외일까?이 역시 시각적인 부분을 먼저 잡지 못하면, 성공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춥고 배고팠던 시절에는 모양도, 맛도 필요 없고, 오로지 양만 충족하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양보다는 질을 우선시하는 세상이 되었다. 오늘날 많은 이..

오랜만에 사돈댁과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모처럼 얼굴도 뵙고, 최근 발표된 사돈총각의 변호사 시험 합격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지난 1월에 시험을 마치고 발표를 기다리는 몇 달 동안 본인은 물론, 온 식구가 더없이 초조한 나날을 보냈는데 첫 번째 응시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와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또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딸아이 사돈댁은 거리상으로 조금 가깝고, 아들네 사돈댁은 좀 더 멀다.하지만 양쪽 다 자주 뵙지는 못한다. 이번처럼 어쩌다 특별한 일이 있으면 한 번씩 만나는 정도이다.왠지 조심스럽기도 하고, 사돈은 사돈이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비단 나뿐만이 아니고, 주변에 봐도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드물게 사돈끼리도 허물없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