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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어느 분야든 오랫동안 구축된 벽을 허문다는 건 쉽지 않다.기존 세력들이 자신의 영역을 양보하지 않으려는 고집과 배타성이 강하기 때문이다.이는 연초부터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의료 분쟁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음악계 역시 마찬가지다.최근 들어 크로스오버(crossover) 음악이란 말이 널리 유행하고 있다.이는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을 혼합하는 것을 의미한다.가장 일반적인 것이 클래식과 대중가요의 만남이다.세계적으로 이런 음악이 등장한 건 1981년 미국의 대중 가수인 존 덴버와 스페인의 오페라 가수인 플라시도 도빙고가 발표한 라는 노래가 발표되면서부터였다. 우리나라에서 이 말이 퍼지기 시작한 건 대략 1989년도부터로,가수 이동원과 테너 박인수가 부른 라는 곡이 등장하면서부터였다.정지용 시인의 시..

라디오 뉴스를 듣고 있는데 '내홍'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모 대기업 내에서 새로운 사업을 놓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홍 - 이 말을 이해하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될 것이며, 기성세대 또한 그 말의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내홍內訌이란 안 내(內), 무너질(어지러울) 홍(訌)을 써서 '한 나라나 집단 안에서 구성원들끼리 다투는 일'을 뜻하는 말이다.주로 정치권에서 많이 쓰는데 들을 때마다 거부감이 느껴진다.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언어의 특징 중 하나가 세월이 변해도 옛것을 고수하려는 보수성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왕정시대에나 통할 법한 말을 문명이 첨단을 달리는 오늘날에까지 그대로 쓰고 있다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언어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창제 과정에서..

내가 사는 동네 번화가엔 볼 때마다 손님들로 붐비는 복권 판매점이 있다.지나다 보면 언제나 복권을 사려는 줄이 통행로를 막으면서까지 길게 늘어서 있다.그중에는 나이 든 이들도 있지만 젊은 세대도 적지 않다. 판매점 앞에는 '복권 명당 - 1등 당첨 O 회, 2등 당첨 O 회'라는 안내문이 자랑스럽게 내걸려 있다.거기서 1등 당첨이 여러 번 됐으니, 다른 판매점보다 당첨 가능성이 그만큼 크지 않겠느냐는 기대 심리가 작용하는 듯하다. 나 역시 복권을 사 본 경험이 아주 없지는 않다.어쩌다 특별한 꿈을 꾸고 난 날이면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음날 오전 중으로 복권을 몇 장 사 보곤 했었다. 그중 여태껏 가장 잘 된 것이 다음 회차 복권을 한 장 맞바꿀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었다. 이후..

사위가 해외출장을 간 사이 딸이 외손주와 함께 며칠 친정에 머물고 있다.공교롭게도 어린이집에 다니던 외손주가 수족구(手足口)병에 걸려 등원을 못하니직장에 다니는 딸을 대신에 녀석을 며칠 돌봐줘야 하기 때문이다. 수족구병이란 4세 이하의 영유아에 발생하는 것으로 미열과 함께 손과 발에 발진이 나타나고 입안에 궤양을 보이는 증상이다.어린이집은 감기를 비롯한 바이러스성 질환이 한번 돌기 시작하면 삽시간에 번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이런 사례는 흔하다고 한다. 증상이 나타나면 그 즉시 등원이 금지되고, 완치 후 병원에서 발행한 증명서를 제출해야 비로소 등원이 가능하다. 다행히 외손주는 증상이 심하지 않아 얼마쯤 지나 곧 등원을 재개할 수 있었다. 외손주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직장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사무실 바로..

종종 들르는 동네 빵집에 갔다.대형 프랜차이즈가 지배하는 와중에서도 드물게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다들 IMF 때보다 더 심각한 불경기라지만 늦으면 오후 3~4시, 이르면 12~1시 정도가 되면 대부분 품절이다. 더 팔기 위해 추가로 만들지도 않는다. 그날 필요한 양만큼만 만들고 다 소진이 되면 그걸로 영업 종료다.계산대 앞에 공지문이 붙어 있었다.'전화로 빵을 예약해 놓고 찾아가지도 않고, 연락조차 되지 않는 분들로 인해 애로가 많다. 그로 인해 정작 빵을 사려는 손님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으니 재발되지 않도록 협조를 당부'하는 내용이었다. 이런 사례는 비단 여기뿐만 아니라 언론을 통해서도 심심치 않게 접한다.음식점에, 치킨집에, 김밥 가게에, 혹은 숙소에 예약을 해놓고는 시간이 되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