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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어릴 때 학교에서 배운 노래 중에 이런 가사가 있었다.'옥수수나무 열매에 하모니카가 들어 있네 ~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 대목만은 지금껏 잊지 않고 있다. 가까이 지내는 선배가 옥수수를 보내왔다. 그것도 무려 한 상자씩이나. 선배는 잊을 만하면 맛있는 각종 먹거리를 신경 써서 보내주곤 한다.내가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더 많아 늘 미안할 따름이다. 더운 날씨와 습도 때문인지 상자를 열자마자 금세 후끈한 열기가 올라온다.공산품과 달리 농산물은 보존성이 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요즘 같은 더위에 즉시 껍질을 벗겨 찌지 않으면 이내 상하고 만다.60여 개나 되는 옥수수를 일일이 해체하고 나니 껍질이 산더미다. 옥수수는 찐 후 뜨거운 상태에서 곧바로 먹기보다는 얼마간 지난 뒤 식힌 상태에서 먹으면 훨..

여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곤충 중 하나가 매미가 아닐까 싶다.해마다 이맘때면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곤충의 종류가 꽤 많았는데 요즘엔 아예 자취를 감춘 것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매미만은 예나 지금이나 개체 수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난 것 같다. 굳이 자료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도처에서 울어대는 매미 소리만 들어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매미는 보통 나무의 껍질에 알을 낳는데, 그 상태로 몇 주에서 몇 달이 지나면 부화를 하게 된다(유충). 그때부터 땅속으로 들어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10년 이상을 보낸다고 한다. 이후 성충이 되면 밖으로 나와 몇 주에서 한 달 정도를 사는 것이 매미의 일반적인 일생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에게 보이는 건 잠시뿐, 대부분의 삶을 땅속에서 보내는 셈이다. 요즘 내..

우리네 속담에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라는 말이 있다. 재수가 지독히도 없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이와는 반대로 '잘 되는 사람은 넘어져도 호박밭에 넘어진다'라는 말도 있다. 남달리 운이 좋은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흔히 명리학에서는 사람마다 운명이 존재한다고 한다. 타고난 운명에 따라 되는 사람은 되고, 안 되는 사람은 안 된다고도 한다. 정말로 그럴까? 최근 이에 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사건이 미국에서 벌어졌다.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 유세 도중 피격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 오른쪽 귀를 살짝 스치는 정도에서 그쳐 온 세계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얼마 전 후보 수락 연설 도중 당사자가 그날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청중이 있는 정면을 향해 연설을 하..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린다.교사라고 해서 모두가 올바른 인격의 소유자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적어도 나의 성장기에는 학부모가 학교나 교사에게 불만이나 이의를 제기하는 일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선생님 처분에 맡길 테니 제 자식 어떻게든 사람 되게 만들어 주십시오'라는 생각뿐이었다.하지만 오늘날에는 어디서나 접하는 일상사가 되고 있다. 내 친구 부인은 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이다.정년을 맞이하려면 몇 년이 더 남았지만 조만간 퇴직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한다.더 이상 학부모들과의 갈등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툭하면 아동학대 금지법을 들먹이며 교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려 드니 교단에 선 입장에서 자존감이 많이 무너졌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나의 지난 시절..

앞서 어느 가수의 부음과 관련한 글을 올리면서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지인이나 가족이 별세했을 때 흔히 쓰는 말들 중에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그중 하나가 '영면'이라는 단어이다.영면(永眠)은 '죽어서 영원히 잠들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그런데 가끔씩 단체 대화방에 누구의 부음이 올라오면 예의를 표한답시고'부디 영면하소서'라는 문구를 올리는 이들이 있다. 이는 이미 작고하신 분께 '부디 깨어나지 말고 영원히 잠드시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결례도 그런 결례가 없다. 올바른 표현은 '오랜 병환으로 고생하시던 이모부께서 어젯밤 영면에 드셨다'라는 식으로 써야 맞다. 그다음으로 혼동하는 단어가 '임종'이라는 말이다.임종(臨終)은 크게 두 가지 뜻을 지니고 있다.1) 하나는 '목숨이 끊어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