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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한 유명 트로트 가수의 부음이 전해졌다.살아생전 그는 '스타는 동네 목욕탕에서도 편하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었다.'스타는 이름 그대로 하늘의 별이어야 한다'라고 했던 또 다른 가수와 대비되는 생각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의 창법은 특이했다. 마치 옥구슬이 구르고 또 구르는 것처럼 고음을 치고 올라갈 때마다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다. 1989년 오랜 무명의 설움을 떨치고 마침내 가요계의 정상에 서던 날 무대에 주저앉아 한없이통곡하던 그의 모습이 새삼스럽다. 고인을 조문하는 수많은 동료 가수들의 인터뷰가 방송을 통해 전해졌다.그들의 입을 통해 듣게 되는 공통적인 내용이 있었다.'아프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살아 있을 때 한 번이라도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찾아뵈었어야 하는 ..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는 상대방을 알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같이 사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만나는 사이에서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사람의 속내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면 모르는 타인을 조금이라도 일찍 파악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하나는 돈거래를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평소에 괜찮아 보였던 사람도 돈거래를 하고 나면 몰랐던 본성이 쉬이 드러난다.중학교 시절 가끔씩 '내일' 주겠다며 내게서 50원을 빌려 간 친구는 한 번도 제날짜에 돌려준 적이 없었다. 내가 달라고 말하지 않으면 며칠이고 몇 달이고 그냥 넘어가기 일쑤였다.결국 그는 나이가 들어서도 신용 문제로 어려움에 봉착했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른 하나는 함께 일을 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하루 이틀이 ..

우리는 살면서 '언제 한 번'을 습관처럼 되뇌곤 하지만, 무엇이든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으면 그 '언제 한 번'은 평생 가야 만나지 못하는 공수표로 머물 때가 많다. 어느 날 문득 잊고 살았던 내 삶의 지나온 흔적들을 더듬고 싶어졌다.그중 하나가 고등학교 시절 거처였던 어느 도시의 자취방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아스라한 옛 기억을 더듬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몇 년 전 고스란히 남아 있던 옛 시절의 흔적을 확인하고는 얼마나 감개무량했는지 모른다. 또 다른 하나는 군인 시절의 흔적을 더듬는 일이었다. 워낙 고생스러웠던 까닭에 군문을 나서면 다시는 돌아보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 시절이 더없이 소중한 추억으로 되살아났다. 실제로 전역한 뒤로는 부대 근처조차 얼씬거린 적이 없었다. 내가..

우리말에는 예로부터 전해오는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다.굳이 이론적으로, 논리적으로 따진다는 것이 무의미한 경우도 있다. 흔히 남다른 친분을 과시할 때 자주 쓰는 말이 있다.'그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안다'라고. 그렇다고 '정말로 다 아냐?'라고 되묻는 사람은 없다.혹시라도 그런 이가 있다면 앞뒤가 꽉 막혔거나, 아니면 한국말에 대한 이해도가 지극히 낮은 외국인이나 그럴까. 실제로 그 집은커녕 자기네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알지 못한다.'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정도라면 몰라도, 살면서 신경 쓸 게 얼마나 많은데 누가 그런 것까지 일일이 세고 있을까. 내 집 숟가락 숫자조차 몇 개인지 모르면서 어떻게 남의 집 숟가락까지 꿰고 있다는 말인가. 거짓말도 그런 거짓말이 없다.하지만 아무도 그 사람을 거..

코로나가 한창 위세를 떨치던 3년 전이었다.뭐 색다른 먹거리가 없을까,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나의 레이다에 눈이 번쩍 뜨이는 대상이 하나 포착되었다. 손말이고기라고 하는 여태껏 단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음식이었다. 사진을 보니 특이하면서도 무척 맛있어 보였다. 시절이 시절인지라 나들이에 잔뜩 굶주려 있던 때여서 어떻게든 내가 사는 지역을 탈출하고 싶었다. 오전 11시 40분에 문을 여는 데다, 줄을 서는 집이란 얘길 들은 터여서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나보다 더 부지런한 이들이 있었지만, 다행히 앞선 순서라 기다리지 않고 제때 입장할 수 있었다.마치 처음 보는 외국 음식을 대하듯 호기심 반, 식도락 반으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마침 이번 여행이 그쪽 방면이어서 산정집 생각이 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