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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학교 역사 시간에 삼한시대 저수지에 관해 공부한 적이 있었다.아주 오래전 기억임에도 그때 배운 건 세월이 흘러서도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4대 저수지가 있었다고 했다.바로 김제의 벽골제, 밀양의 수산제, 상주의 공검지, 그리고 제천의 의림지가 그것이었다.그중 지금까지 그 형태가 온전히 보존되어 있는 건 의림지가 유일하다. 제천은 여러 번 가봤지만, 지금껏 시내 쪽을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의림지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제천 시내를 통과해야 한다.그 과정에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 하나 - 제천의 규모가 꽤 크다는 점이었다.여느 군소 지방 도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비가 내리는 날이어서 그런지 한편의 수채화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저 멀리로 보이는 운무가 운치를 한껏 더해 주었다. 무엇보다 의림지 제방..

혹자는 말한다. 우리나라는 좁아서 다녀봐야 뭐 볼 게 있느냐고.그러면서 모름지기 여행을 가려면 비행기를 타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다리 힘이 있을 때 부지런히 외국으로 나가고, 국내는 나이가 들면그때 가도 늦지 않은 거라고.그들 말대로 밖으로 나가면 무언가 대단한 볼 거리가 있고, 국내는 다녀본들 그럴까. 그들 말처럼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외국으로 먼저 나가고, 나이가 들면 국내는 그때 가도 늦지 않은 걸까. 각자의 생각일 뿐이다. 국내든 외국이든 다리에 힘이 떨어지면 못 가는 건 마찬가지다. 평소 국내를 열심히 다니는 사람이 외국도 열심히 드나든다는 걸 경험이 쌓이면서 알게 되었다. 여행은 곧 습관이자 부단한 훈련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국내는 무시하고, 오로지 외국 나들이에만 가치를 부여한다면, 그 사..

무릇 사람은 잘난 사람이건 못난 사람이건 누구나 타인으로부터 존중받길 원한다.어떠한 이유에서든 자신의 존재를 무시하는 사람을 반길 리 없다.사람만 그럴까? 동물도, 식물도 마찬가지다.인간이 사랑하고 관심을 표시하는 만큼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란다. 대한민국의 나라꽃을 아는가?어릴 때부터 익히 배우고 들어왔으니 그걸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그런데 최근 주변에서 그 꽃을 본 적이 있는가?눈을 씻고 찾아봐야 아예 없거나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어느 구석진 곳에서 외로이 웅크리고 있는 그녀를 어렵사리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나는 무궁화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명색이 나라꽃인데 이렇게 푸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다.앞장서 선도해야 할 정치인들이 관심이 없으니 국민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그들의 유..

KBS의 란 프로그램을 종종 본다.소박한 우리네 이웃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어 좋다.서울의 한 시장에서 20여 년간 도넛 가게를 운영하는 어느 부부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시골에서 중학교만을 졸업한 남편은 농사를 짓다 17살에 서울로 올라왔다.사촌 형이 운영하는 속옷 공장에서 한동안 일을 돕다 현재의 장소에서 도넛 가게를 열었다고 한다.매일 새벽 3시 반이면 집을 나와 하루 장사를 준비한 후 남편은 종일 서서 도넛을 빚고 부인은 그것들을 기름에 튀긴다. 도넛과 꽈배기는 4개 1,000원씩, 고로케와 옛날찐빵은 2개 1,000원씩에 팔며 오랫동안 가격도 올리지 않고 종전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지금껏 자신들을 먹고살게 해 준 동네 주민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고 한다.그렇게 장사를 하며 ..

퇴직 후 나의 바람은 적게 일하고 자유 시간을 더 많이 갖는 것이었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가정과 가족을 위해 맡은 바 책임을 다했으니 앞으로의 시간은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누가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해도(그럴 리도 없지만) 더 이상 남의 눈치를 살피며 남은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직장 문을 나서면 나 같은 이들을 반기는 곳은 생각처럼 많지 않다. 문을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미처 깨닫지 못한 자신의 나이만 점점 더 실감할 뿐이다. 게다가 과거에 남들이 우러러보는 직업을 가졌던 이들로서는 목과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부터 빼야 하기에, 한껏 자세를 낮추지 않으면 현실의 장벽은 높기만 하다. 그래도 부지런히 눈길을 돌리다 보니 내가 바라던 형태의 일자리가 아주 없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