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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대체로 사람들은 위인이나 유명인의 기록에 관해서는 관심이 많지만, 정작 중요한 본인의 기록에 관해서는 등한시할 때가 많다. 나는 일찍부터 내 삶의 기록에 관심이 많았다. 단순히 머릿속으로만 기억하기보다 그에 관련된 자료들을 그때그때 살뜰히 챙겨왔다. 잊고 있던 기억도 남겨진 기록물을 봄으로써 하나둘씩 되살아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기록물 중 하나로 사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바야흐로 사진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굳이 카메라가 없어도 누구나 하나씩 손에 들고 있는 휴대전화만으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더없이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사진에 관심이 많다 보니 습관처럼 카메라를 갖고 다닌다. 가족이나 친척, 지인들과의 모임이 있을 때면 곧잘 찍어주기도 한다. 자진해서 찍을 때도 있지만, 상대방 쪽에서 먼저 ..
경기도 시흥에 가면 갯골생태공원이란 곳이 있다. 갯골이란 '바닷물이 드나드는 갯가에 조수로 인해 생긴 두둑한 땅 사이의 좁고 길게 들어간 곳'을 일컫는 말인데, 시흥에 가면 이런 이색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이렇게 생긴 곳을 갯골이라고 한다(사진은 시흥갯골생태공원). 그런데 인터넷에 보면 소래습지라고 해서 풍차가 있는 풍경 사진이 종종 등장하곤 해서 어디일까 내심 궁금했는데 이번에 그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까지 다 같은 시흥갯골생태공원인 줄로 알았는데, 같은 소래포구로 이어지는 물줄기이긴 하지만 서로 다른 곳임을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시흥갯골생태공원은 이름 그대로 경기도 시흥에 소재한 곳인데 반해, 소래습지생태공원은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에 있는 생태공원이었다. 이번에 찾은 ..
우리나라도 마침내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했다. 그것도 오랜 바람이었던 문학 부문에서다. 노벨상은 전문 분야를 추구하는 세계 모든 이들의 꿈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로지 노벨상만을 목표로 그 세계를 추구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것을 향해 매진한다고 한들 기대처럼 기회가 선뜻 다가오는 것도 아닐뿐더러, 선정 여부는 전적으로 심사위원들의 몫이다. 오래전 평화상 부문에서 한차례 수상자가 나오긴 했지만, 특별히 열광하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그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국민도 많지 않았다. 어찌 보면 이번 문학상이 진정한 대한민국 노벨상 수상의 첫 사례라 할 수 있다. 그 자체만으로 대단한 경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에 관해서는 이런저런 논란이 많았다. 이른바 청소년 유해도서로 선정된 문제 때문이었다. 본..
조선시대 일반 백성의 평균수명은 35세였다고 한다. 27명의 왕 중 예순을 넘긴 경우는 5명(영조, 태조, 고종, 광해군, 정종)에 불과했다. 그중 가장 오래 산 왕은 영조로 83세까지 살았다. 백성들의 평균수명에 비하면 거의 두 배 반이나 더 살았으니 기적에 가까운 장수였다. 그러다 보니 회갑을 맞이한다는 건 당시로선 엄청난 일이어서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일대가 떠들썩할 만큼 성대한 기념행사를 열었다. 그 같은 풍습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한동안 이어졌다. 나의 젊은 시절만 해도 부모 회갑이라며 손님을 청하는 일은 흔한 일상이었다. 나의 선친의 회갑 또한 성대하게 치렀다. 내가 결혼을 한 뒤 일 년쯤 지났을 때였다. 그의 무병장수를 축하하기 위해 온 마을 사람들이 동원되어 며칠간 음식 준비를 한다고..
인천 송도에 다녀왔다. 송도는 신도시가 있고, 구도시가 있다. 이번에 간 곳은 구송도로, 가까운 이웃과 부부 동반으로 나들이 겸해 점심 식사를 함께하기 위함이었다. 같은 음식이라도 살던 지역을 벗어나 먹게 되면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된다. 드넓은 매장이 평일 점심인데도 만석이다. 주말이면 긴 시간 대기를 해야 할 정도라고 하니 경기가 어렵다지만 잘 되는 집은 여전히 잘 되고, 안 되는 집은 또 여전히 안 된다. 식당도 잘 모르면 늘 가던 곳만 가게 마련인데, 이번처럼 새로운 곳을 방문하면 그 자체로 견문을 넓히는 일이다. 이웃과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요즘의 시국 이야기였다. 한다고 한들 결론도 없이 스트레스 지수만 높아질 뿐이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떤 형태로든 나올 수밖에 없다. 평소에는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