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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대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나의 행동반경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집이나, 학교, 어쩌다 종로를 나가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렇다고 특별히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었다. 오랫동안 시골이라는 좁은 공간에서만 살다 보니 다른 세계에 대한 사고 확장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이유가 그중 하나요, 누군가 앞에서 나를 이끌어 주는 이도 마땅히 없었다는 점, 게다가 당사자인 나 또한 워낙 세상을 모르다 보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던 시기였다.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조금씩 갖게 된 건 내 나이 마흔을 전후한 시점이었다. 내 인생 내가 사는데 왜 남들 눈치를 살피며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다. 우연한 기회에 사진의 세계를 접하게 된 것이 결정적인 기폭제가 되었다. 그렇..
내 아이들이 돌을 맞이할 당시만 해도 금 한 돈 가격은 5만 원 선이었다. 당시 화폐 가치를 감안하면 그리 싼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들 누구네 돌잔치를 간다고 하면 금 한 돈 정도는 준비하곤 했었다. 이후로도 한동안 금 시세는 크게 변동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몇 년 사이 급등에 가까울 만큼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은 한 돈에 50만 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으니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이다. 가족이 아니고서는 이 금액을 주고 누구네 아기 돌잔치에 금 한 돈을 선뜻 사 갈 사람이 얼마나 될까? 흔히 돈을 벌자면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고들 한다. 부동산이든, 금이든, 주식이든 순간에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오래도록 묻어두고 잊은 듯 기다릴 줄 아는 이에게 보다 달콤한 열매가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
해마다 이맘때면 단풍을 즐기기 위해 설악산으로, 치악산으로, 오대산으로, 내장산으로 내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해인가는 설악산 단풍을 보기 위한 인파가 얼마나 많이 몰렸던지 등산로 정체가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그렇게 가면서도 현지에서 기대했던 단풍을 보고 오기는커녕 제대로 물도 들지 않은 채 말라 버린 나뭇잎을 보고는 한숨을 내쉴 때가 더 많았다. 투자한 돈과 시간이 아까웠지만, 그런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만은 않았다. 적지 않은 수업료를 지불한 덕분에 꼭 멀리 가야만 단풍을 볼 수 있다는 착각에서 과감히 탈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단풍을 보러 멀리 가지 않는다. 나름대로 단풍 즐기는 방법을 터득한 데다, 마음만 먹으면 살고 있는 동네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
얼마 전 지인의 결혼식을 마친 후 딸의 차를 타고 이태원 길을 통과하던 중 도로 경사가 무척이나 심하고 유난히 젊은이들이 많이 몰려 있는 한 골목이 눈에 띄었다. 딸아이더러 '여기가 어디냐'라고 물으니 '그 유명한 경리단길'이라고 했다. 그동안 이름만 들었지 한 번도 가보질 않은 터라 조만간 현장 답사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아이더러 웃으며 '아빠가 여기 오면 괜히 물 흐린다고 욕먹겠지?'라고 했더니, 이 녀석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경리단길을 비롯하여 양리단길, 황리단길 등의 비슷한 이름들이 인구에 널리 회자되기 시작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낯선 용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시대여서 감당이 힘들 정도지만 그래도 뜻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입주민 회의가 있었다. 안건은 그동안 특정인들에 의해서만 점유되고 있는 공동구역 내 테니스장을 좀 더 많은 입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었다. 여러 의견들을 듣고 그중 합리적인 대안들을 몇 가지로 집약한 후 전체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 향후 방향을 결정해 보자는 것이었다. 결정에 앞서 사전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변경 계획에 반감을 갖고 있던 테니스 동호인을 비롯한 일부 주민들이 회의 진행을 방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다른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도 전에 안 되는 이유부터 내세워 어떻게든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려고 했다. 특정인의 재산권이 걸린 것도 아니고 전체 입주민들을 위한 배려 차원의 문제였다. 이 땅에 살면서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부..